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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경기 중 패닉, 할머니 생각하며 이겨냈다"

김두용 기자2017.06.18 오후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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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은 할머니 생일 날 첫 우승이라는 큰 선물을 선사했다. [사진 KPGA]


“힘들 때마다 할머니를 생각했다.”

이정환(26)이 18일 충남 태안의 현대더링스 골프장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카이도시리즈 2017 카이도 골든 V1 오픈에서 김승혁을 연장 끝에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사실 오늘이 광주에 사는 친할머니의 생신이다. 할머니와 트로피를 생각하면서 연장 경기를 치렀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주 마지막 이틀 동안 72홀을 소화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줄곧 선두 경쟁을 펼쳤던 이정환은 마지막 날 체력적으로 위기가 찾아왔다. 그는 “갑작스러운 체력 저하로 샷이 흔들렸고, 패닉이 찾아왔다. 7번 홀 보기를 한 뒤 갑자기 어지럽기도 했다. 4일 중 가장 힘든 라운드였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동생과 가족, 친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캐디백을 멘 동생 이정훈씨는 “잘 하면 찬스가 있다. 끝까지 가보자”며 형을 격려했다.

이정환은 17번 홀에서 티샷이 밀려 워터해저드에 공을 빠트렸다. 이 홀에서 보기를 적으며 김승혁에게 17언더파 동타를 허용했다. 이로 인해 지난 대회의 연장전 패배 악몽이 떠오를 만도 했다. 그는 “연장전에 갔는데 이번에는 우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친구들 등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힘이 났다”고 설명했다.

또 다시 2주 연속으로 김승혁과 연장전 승부를 치르게 되자 이정환은 “이 뭐 운명의 장난인가”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김승혁이 1.5m 파 퍼트를 놓쳐 이정환의 우승이 결정됐다. 이정환은 “승혁이 형도 저도 말이 없는 편이다. ‘고생했다’, ‘축하한다’는 말 정도만 했다”고 말했다.

동생에게 고마움도 표현했다. 이정환은 “동생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힘들다고 하면 ‘뭐가 힘들어’라고 말하며 장난치면 긴장이 풀린다. 말을 안 해도 편하게 해주는 것 같다”며 “골프에 대해 잘 모르고 전문 캐디가 아니라 코스 공략 등에 도움을 주진 않지만 이런 부분을 상쇄할 만큼 심리적인 면에서 큰 편안함을 준다”라고 말했다. 이정환은 9월에 복학 예정인 동생에게 “학비는 책임질게”라며 든든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은 이정환은 마침내 데뷔 8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는 “그 동안 샷이 그렇게 잘 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답답했다”며 “‘어떻게 극복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지난 2년간 PGA 차이나 투어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언 샷이 장기인 그는 “이제 시작이다. 우승을 해봤으니까 앞으로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시즌 초반이라 후반기가 더 기대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태안=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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