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가 19일 LPGA 뱅크오브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정상에 오르며 통산 19승째를 챙겼다.
퍼터를 바꾼 박인비가 여제의 귀환을 알렸다.
박인비는 19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파이어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뱅크오브호프 파운더스컵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낚으며 19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 그룹을 5타 차로 따돌리는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1년 만에 우승컵을 수확한 박인비는 LPGA투어 통산 19승째를 챙겼다.
올해 두 번째 경기에서 우승한 박인비는 미국의 강세를 저지하며 ‘여제의 품격’을 보여줬다. 에이스로 떠오른 박인비는 한국 자매의 한 시즌 최다승 도전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올 시즌 고진영에 이어 박인비가 2승째를 수확했다. 미국 선수들은 올해 3승을 합작하고 있다.
말렛형에서 블레이드형인 앤서 퍼터를 들고 나온 박인비는 전성기 시절 퍼트감을 뽐내며 최종 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출발했다. 1번 홀에서 1.5m 버디를 낚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이후 퍼트가 조금씩 벗어나면서 지루한 파 행진이 이어졌다. 그래서 1타 차의 살얼음판 승부가 지속됐다. LPGA 최고령 우승을 겨냥했던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는 2번 홀에서 20야드 거리에서 칩인 이글을 성공시키며 박인비를 압박했다.
팽팽한 승부 속에서도 박인비는 남다른 클래스를 뽐냈다. 데이비스, 마리나 알렉스(미국),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등이 매서운 추격전을 벌였다. 그럼에도 박인비 포커페이스를 유지했고, 그린을 놓칠 때면 핀 가까이에 잘 붙여 파 세이브를 해나갔다.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고 기회를 엿보던 박인비는 후반 들어 다시 칼날을 세웠다.
12번 홀이 분위기 전환의 시발점이 됐다. 세컨드 샷이 짧아서 그린 앞에 떨어졌지만 박인비는 그린 밖에서 6m 버디 퍼트를 절묘하게 성공시켰다. 홀 벽을 치고 들어갈 정도로 과감했던 퍼트여서 박인비는 자신의 퍼트감에 대한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다시 영점 조정을 마친 박인비는 거침없이 치고나갔다.
13번 홀 3m 버디, 14번 5m 버디를 성공시키는 등 날카로운 퍼트감으로 경쟁자들을 멀리 따돌렸다. 15번 홀의 세컨드 샷이 그린 앞 벙커에 빠졌지만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었다. 박인비는 환상적인 벙커샷으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핀 1m 옆에 붙여 4연속 버디를 완성한 박인비는 19언더파 4타 차로 멀찍이 달아났고, 우승까지 그대로 홀인했다. 박인비는 "휴식기가 길었는데 이렇게 일찍 우승할지 몰랐다. 첫 대회였던 싱가포르에서 볼 스트라이킹이 좋아서 기대감은 가지고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데이비스는 LPGA 최고령 우승에 도전했지만 박인비에 막혔다. 54세5개월의 데이비스는 베스 다니엘(미국)이 2003년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작성한 46세8개월 최고령 우승 경신을 노렸지만 14언더파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전인지가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낚으며 13언더파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 세 번째 경기 만에 첫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전인지는 3, 4라운드에서 이틀 연속 페어웨이 안착률 100%를 기록하는 등 견고한 샷감을 자랑했다.
이날 1타를 줄인 최운정은 12언더파 공동 7위에 올랐다. 양희영과 박희영이 11언더파 공동 11위를 차지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