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가 3일 ANA 인스퍼레이션 8차 연장 끝에 페르닐라 린드베리에 패했다.
8번째까지 갔던 연장전 승부의 주인공은 페르닐라 린드베리(스웨덴)였다.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 미션힐스 골프장 다이나쇼어 코스에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 '1박2일 연장전'에서 린드베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박인비와 린드베리는 이날에도 2일처럼 4차 연장전을 더 벌였다. 2일 연장전을 포함해 총 8번째 연장전에서 린드베리가 7m 버디를 성공시키며 박인비의 추격을 따돌리고 LPGA투어 통산 첫 승을 챙겼다.
박인비는 연장 8번째 홀에서 파에 머물면서 LPGA투어 통산 20승 달성에 실패했다. 박인비는 2013년 대회 우승 후 5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렸지만 린드베리에게 막혔다. 반면 린드베리는 2011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이후 7년 만에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LPGA투어 첫 승을 달성했다. 린드베리는 2010년 LPGA 데뷔 후 192전193기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린드베리는 우승 후 캐디였던 약혼자 그리고 부모님가 함께 포피 폰드에 뛰어 들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약혼자는 개구리 포즈로 포피 폰드에 입수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1박2일 연장 승부는 10번 홀에서 결정됐다. 첫 10번 홀과 17번 홀, 18번 홀을 치르는 동안 승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10번 홀로 돌아왔다. 18번 홀에서 린드베리는 2온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2m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하면서 승부를 다음 홀까지 넘겨야 했다.
연장 8번째 홀인 10번 홀에서 린드베리의 세컨드 샷은 핀 7m 거리에 떨어졌다. 다소 멀어보였다. 그렇지만 린드베리는 어드레스를 평소처럼 신중을 기했다. 그리고 침착하게 시도한 버디 퍼트가 홀 벽을 맞고 그대로 홀로 쏙 빨려 들어갔다. 박인비는 5m 버디 퍼트를 시도했지만 아쉽게 홀로 들어가지 않았다.
경기 후 박인비는 “실수는 없었지만 생각했던 거 보다 그린이 아침에 조금 느렸다. 린드베리의 우승을 축하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8홀 플레이오프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박인비의 아버지 박건규 씨의 '갤러리 그랜드슬램' 꿈도 다음으로 미뤄지게 됐다. 린드베리는 ”우승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며 들뜬 기분을 표현했다.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부터 최고의 명승부가 벌어졌다. 1983년 메이저로 승격된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3명 연장 승부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1박2일 연장 승부'도 최초다. 박인비와 린드베리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를 연출했고, 연장 8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역대 ANA 인스퍼레이션 최고의 명승부는 2006년 카리 웹(호주)의 역전승으로 꼽힌다. 당시 웹은 마지막 홀에서 116야드 샷 이글을 성공시키는 등 마지막 날 7언더파를 몰아치며 연장전에 합류했다. 연장 상대는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였다. 웹은 연장 첫 홀에서 2m 버디를 낚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마지막 날 7타 차 뒤집기는 대회 최다 타수 역전승 기록으로 남아있다.
린드베리는 4라운드를 3타 차 선두로 출발했지만 연장전을 치르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우승컵을 안게 됐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이후 처음으로 ANA 인스퍼레이션을 정복하는 스웨덴 선수로 남게 됐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