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오른쪽)는 박세리에 이어 아시아 선수로는 두 번째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골프파일]
박인비는 ‘세리 키즈’의 대표 주자다. 그는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 장면을 보고 골프 선수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마침내 ‘영웅’ 박세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박세리는 2007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그로부터 9년 만에 박인비가 명예의 전당 입회 조건을 채워 역대 25번째 입회자가 된다. 박세리가 한국 여자골프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면 박인비는 그 바통을 이어 받아 세계무대를 호령했다.
박세리와 박인비만큼 강렬한 등장을 알린 선수는 드물다. 박세리는 LPGA 투어 첫 해에 첫 우승을 메이저인 맥도날드 LPGA 챔피언십(현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챙겼다. 그리고 곧바로 US여자오픈도 제패하며 투어 1, 2승을 모두 메이저에서 거두는 진기록을 남겼다. 박인비도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19세11개월이라는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며 LPGA 투어 첫 승을 신고했다.
박세리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카리 웹(호주)과 ‘빅3’를 형성하며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LPGA 투어의 흥행을 주도했다. 1998년 4승을 시작으로 1999년에도 4승을 챙기며 스타로 떠올랐다. 2001년과 2002년에도 각 5승을 추가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박세리는 LPGA 투어 데뷔 5년 동안 무려 18승을 수확하는 놀라운 페이스를 보여줬다.
박인비는 첫 승 이후 긴 슬럼프를 겪다 2012년 부활을 알렸다.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4년1개월 만에 2승째를 신고한 뒤 2015년까지 4년간 무려 16승을 추가했다. 이중 메이저를 6번이나 석권하며 ‘메이저 퀸’으로 자리매김했다. 박인비는 2013년 자신의 시즌 최다인 6승을 챙겼고, 메이저 3연승에 성공하기도 하는 등 ‘침묵의 암살자’로 이름을 날렸다.
통산 승수는 박세리가 25승으로 많지만 그 외 기록에서는 박인비가 앞선다. 메이저 우승은 7승으로 박세리보다 2승이 더 많고, 통산 상금도 1283만 달러로 1258만 달러의 박세리를 앞지르고 있다. 박인비의 우승 중 메이저 우승 비율은 무려 41%로 큰 경기에서 유달리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박세리의 메이저 우승 비율도 20%로 낮지 않다.
특히 박인비는 박세리도 점령하지 못한 커리어 그랜드슬램 위업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지난해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석권하며 마침내 4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고, LPGA에서도 역대로 7명만 달성한 기록이다. 박세리는 ANA 인스퍼레이션(전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이 없어 커리어 그랜드슬램 퍼즐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박세리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아쉬움 때문에 ANA 인스퍼레이션에는 계속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인비는 박세리가 오르지 못한 올해의 선수도 석권했다. 2013년 한국 선수 최초로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세계랭킹 1위도 박세리가 밟지 못한 고지다. 박인비는 2013년 4월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뒤 2015년까지 92주 동안 최고의 자리에 머물렀다. 박세리는 소렌스탐이라는 걸출한 선수에 막혀 상금랭킹 1위를 한 번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박인비는 2012년부터 2년 연속 상금퀸에 올랐다. 또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도 2번으로 박세리보다 1번 더했다.
박인비는 "어릴 때부터 골프를 치면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꿈꿔왔다. 내가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많은 어린 선수들이 저를 보면서 꿈을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선수들에게 영감과 기회를 줄 수 있다면 더더욱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