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골프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인비(28·KB금융그룹)의 금빛 스윙 뒤에는 한국 양궁 대표팀의 활약이 있었다. 박인비는 27일(한국시간) 미국 골프전문 골프닷컴 팟 캐스트와 전화 인터뷰에서 금메달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박인비는 “양궁 선수들이 리우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4개의 금메달을 모두 석권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양궁을 보면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왼손 엄지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 내내 부진했던 박인비는 당초 우승 후보로조차 분류되지 않았다. 대표팀 코치를 맡은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박세리는 “부상인데다 최근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선수 4명 중 가장 기대감이 덜 했다. 사실 ‘마음 편하게 치게 해주자’라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인비는 2라운드에서 1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선 뒤 5타 차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타 차는 지난 해 메이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기록한 최다 타수 차 우승과 타이 기록이다. 박인비는 “한국 여자 골프가 세계 최강이기 때문에 금메달을 기대하는 분위기는 너무 당연했다. 하지만 단체전이 아닌 개인 종목의 경기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매일 메이저 대회 마지막 라운드처럼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어느 대회보다 긴장과 부담감이 컸던 대회였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금메달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메이저 대회에서 7승을 거뒀지만 메이저 우승과는 다른 또 다른 뿌듯함이 있다”고 했다. 박인비는 “한국에 돌아오니 골프 팬 뿐만 아니라 골프를 잘 몰랐던 사람들도 알아봐준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골프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골프의 인기에 보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한국갤럽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1001명을 대상으로 ‘리우 올림픽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한 선수’ 투표에서 29%의 응답을 얻어 1위로 뽑혔다.
‘리우의 영웅’ 박인비는 올림픽 전 은퇴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로 다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23일 귀국한 그는 한동안 부상 치료에 전념할 예정이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박인비는 “의사와 상의 뒤 결정내려야겠지만 일단 9월 중순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다. 일정이 너무 바빠 아직 의사를 만나지 못했는데 빠른 시일 내에 의사를 만난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4개 메이저 대회를 제패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룬 박인비는 2013년부터 제 5의 메이저로 승격된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박인비는 29일 국내 언론사와 공식 인터뷰를 갖고 향후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