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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유소연, "공략 공유해도 우승은 양보 못해"

김두용 기자2017.07.14 오전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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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왼쪽)과 박인비는 중요한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함께 연습 라운드를 하고 있다. 둘은 코스 공략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하는 등 편안한 마음으로 연습 라운드를 치르며 메이저 대회를 대비했다. [JTBC골프 박진열]


‘별들의 전쟁’인 제72회 US여자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13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전·현직 세계 랭킹 1위의 만남이 세계 골프 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의 최연소 명예의 전당 입회자이자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인 전 세계 랭킹 1위 박인비(29·KB금융그룹)와 현재 랭킹 1위 유소연(27·메디힐)은 동반 연습 라운드를 통해 ‘결전의 날’을 대비했다. 대회장을 찾은 일부 갤러리들은 두 선수의 연습 라운드에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경쟁자끼리 사이좋게 웃으며 전략을 공유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절친 박인비와 유소연이라서 ‘적과의 동침’이 가능했다. 둘은 경쟁자이기 이전에 친한 '언니와 동생' 사이고, '친구이자 파트너'였다.

유소연은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뒤 처음으로 박인비와 동반 인터뷰를 가졌다. 최근 불거진 아버지의 세금 체납 논란 등으로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지만 유소연은 가장 의지하는 언니 박인비와 함께 나란히 섰다. 또 이날은 박인비의 29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유소연은 정성스럽게 준비한 생일 케이크를 전달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유소연은 지난달 25일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새로운 여제로 등극했다. 그날 유소연은 박인비와 함께 조촐한 '세계 랭킹 1위 축하 파티'를 열었다. 박인비는 “마치 제 일처럼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샷과 멘틀적인 측면에서 항상 준비된 선수라고 생각했다. 지난해까지 퍼트 탓에 고전했던 것 같은데 충분한 자질을 가진 만큼 앞으로도 좋은 커리어를 계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축하해 줬다.

곁에서 항상 1인자 박인비를 우러러봤던 유소연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으며 마침내 세계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유소연은 “아무래도 언니가 세계 1위를 오랫동안 했고,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봐 왔기 때문에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지, 또 책임감이 필요한 자리인지 간접 경험을 많이 한 것이 도움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박인비와 유소연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리스펙트(Respect)의 관계'로 보인다.
유소연은 박인비를 보며 '넘버1'의 꿈을 키웠고, 박인비는 이제 다시 유소연을 통해 새로운 동기부여를 얻고 있다.

‘메이저 퀸’ 박인비는 “(유)소연이는 어쩔 땐 친구, 어쩔 땐 믿음직스러운 언니처럼 느껴진다. 이런 부분들이 서로에게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유소연은 “(박)인비 언니는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 줬다. 골프선수로서는 물론이고 사람 박인비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JTBC골프와 동반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박인비와 유소연.

유소연은 박인비를 ‘긍정의 퀸’, 반대로 박인비는 유소연을 ‘디테일의 퀸’으로 불렀다. 박인비는 “제가 열심히 안 산다는 건 아니지만 소연이만큼 모든 일에 열정을 쏟지는 않는 것 같다. 특히 저는 디테일적으로 떨어지는 면이 있는데 소연이는 사람을 대할 때 상당히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고 부러워했다. 반면 유소연은 “인비 언니에게는 ‘긍정의 눈’이 있는 것 같다. 제가 찾아내지 못하는 긍정적인 부분을 어떻게든 찾아낸다. 이런 점 때문에 크게 낙담하지 않고 평정심을 잘 유지한다”며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모습도 서로 알고 있다. 유소연은 “코스에서 언니를 ‘침묵의 암살자’라고 많이들 표현한다. 하지만 코스 밖에서는 굉장히 다르다. 농담도 잘하고 재미있다”고 웃었다. 박인비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드라이빙을 즐기는 스피드광이기도 하다. 항상 웃는 모습을 보이지만 목표를 정하면 타깃을 놓치지 않는 유소연을 보고 ‘스나이퍼’라는 별명을 붙여 준 게 바로 박인비다.

친한 사이라고 해도 승부는 양보할 수 없다. 박인비가 2008년과 2013년 US여자오픈을 정복했고, 유소연도 2011년 이 대회 정상에 섰다. 둘은 LPGA투어 첫 승을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수확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유소연은 “아무리 서로를 좋아한다고 해도 ‘언니가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 그건 거짓말인 것 같다. 각자 경기에 집중해서 최선의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박인비도 “좋은 기억이 많은 대회다. 코스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유소연은 1라운드를 4언더파로 마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반면 박인비는 후반에 급격하게 무너지며 5오버파를 기록했다.

JTBC 골프는 대회 1~4라운드를 매일 오전 3시부터 생중계한다.

베드민스터(미 뉴저지)=김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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