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샨샨은 강점인 일관된 샷을 바탕으로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펑샨샨의 보이지 않는 약점으로 벙커샷을 꼽을 수 있다.
펑샨샨은 지난 주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중국 팬들과 미디어 앞에서 세계랭킹 1위를 거머쥐며 ‘완벽한 대관식’을 치렀다. 화려한 불꽃놀이는 없었지만 펑샨샨의 여제 등극은 중국 골프의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펑샨샨의 별명은 여러 개 있다. ‘중국의 로라 데이비스’, ‘중국의 박세리’, ‘팬더’, ‘Jenny Money’ 등이다. 그 중 ‘중국의 박세리’가 가장 잘 어울린다. 펑샨샨은 10살 때 골프를 중국 광저우 골프협회 회장인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 클럽을 잡았다. 1998년 US여자오픈을 제패하며 아시아 지역에 골프붐을 일으킨 박세리의 영향이 없지 않았다. 펑샨샨은 딱 ‘세리 키즈’의 나이대이기도 하다.
펑샨샨은 중국 골프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며 영웅으로 추대 받고 있다. 펑샨샨의 발자취가 곧 중국 골프의 역사가 되고 있다. 2008년 LPGA투어에 데뷔한 펑샨샨은 중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LPGA 대회 정상에 섰다. 첫 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했다. 그는 2012년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올려 중국 골프 최초로 메이저 대회 챔피언이 됐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 무대에서도 활약했던 펑샨샨은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2015년에는 중국 선수 최초로 유럽여자프로골프의 상금왕을 차지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박인비, 리디아 고에 이어 동메달을 따내며 중국 골프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펑샨샨은 예전 인터뷰에서 ‘골프의 리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리나는 2011년 프랑스 오픈 여자단식 우승을 차지한 중국 테니스의 전설이다. 리나는 뒤늦은 나이에 세계 정상에 오르는 등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의 발자취를 본다면 펑샨샨은 이미 ‘골프의 리나’ 꿈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리나는 올림픽 메달 획득과 여자테니스 세계랭킹 1위 고지를 밟지는 못했다.
펑샨샨은 해가 갈수록 안정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펑샨샨은 현재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 유소연에 이어 2위, 상금왕과 레이스 투 두바이 부문에서는 3위로 뛰어 올랐다. 시즌 최종전에서 한국 자매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펑샨샨의 독주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한국 자매들은 주요 LPGA투어 타이틀 획득은 물론이고 한 시즌 최다승 기록 달성도 이뤄내지 못한다. 펑샨샨은 최종전이 열리는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론 골프 클럽 코스에서 2013년(CME그룹 타이틀홀더스) 우승을 했던 경험까지 있다.
펑샨샨은 일관성 있는 샷이 강점이다. 페어웨이 적중률과 그린 적중률이 높다. 그리고 퍼트도 잘 한다.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가 249.9야드로 조금 짧은 것 정도가 흠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펑샨샨의 약점은 벙커샷이다. 샌드 세이브율이 46.34%로 이 부문 74위에 머물러 있다. 샌드 세이브율은 그린 주변 벙커에 보냈을 때 벙커에서 2타 이내로 홀아웃을 하는 확률이다. 보통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샌드 세이브율은 높은 편이다. 렉시 톰슨(미국)이 71.15%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펑샨샨은 어쩌면 벙커샷이 좋을 필요가 없는 선수이기도 하다. 벙커에 빠지는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펑샨샨은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2개 대회에서 그린 주변 벙커에 공을 한 번도 보내지 않았다. 벙커에 공을 잘 보내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벙커샷 연습에 할애하는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다. 올 시즌 펑샨샨은 그린 주변 벙커에 41번만 보냈다. 그 중 19번을 샌드 세이브했다. 보통 선수들은 시즌을 치르면서 60번 이상을 그린 주변 벙커에 보낸다. 박성현과 유소연도 60번 이상을 기록했다. 펑샨샨과의 차이가 꽤 크다.
정교한 샷으로 그린 주변 벙커에 빠지거나 트러플 상황을 잘 만들지 않는 게 펑샨샨 골프의 특징이다. 펑샨샨이 더블 보기 이상의 빅스코어를 기록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견고한 샷을 발판으로 빼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는 펑샨샨은 올 시즌 톱10 피니시율 부문에서 57%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펑샨샨은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톰슨, 박성현과 마지막 조에서 동반 라운드를 펼친다. 마지막 조는 17일 오전 0시42분에 출발한다.
JTBC골프는 시즌 최종전 1라운드를 17일 오전 4시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