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희가 31일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4타를 잃으며 합계 3오버파로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 선수 최고령 지은희가 지난 주 우승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 미션힐스 골프장 다이나쇼어 코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ANA 인스퍼레이션 2라운드. 메이저 우승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이 대거 컷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특히 지난 주 기아 클래식에서 우승한 지은희는 버디 2개를 뽑았지만 보기를 6개나 범해 합계 3오버파로 컷 통과에 실패했다.
지은희는 이날 첫 홀을 보기로 출발했지만 2번 홀 버디로 곧바로 만회했다. 지루한 파 행진이 전반 끝까지 이어졌다. 후반 들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10번 홀에서 두 번째 보기가 나왔고, 13번 홀에서 4연속 보기가 나오며 무너졌다. 마지막 홀 버디로 한 타를 만회했지만 너무 늦었다.
지은희가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컷 탈락한 건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지은희는 이 대회에서 톱10 기록은 없었지만 꾸준히 컷 통과 행진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그린 적중률이 50%대로 떨어지는 등 샷 난조에 발목을 잡혀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지은희가 최근 꾸준한 플레이를 보였기 때문에 더욱 충격적이다. 지은희는 2016년과 2017년 2년간 메이저 대회에서 컷 탈락을 기록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은희는 2009년 US여자오픈 우승자이기도 하다.
브리타니 린시컴과 다니엘 강, 브리타니 랭, 모 마틴(이상 미국), 청야니(대만)도 컷 탈락 쓴 맛을 봤다. 이 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강세를 드러냈던 린시컴은 1언더파로 잘 가다가 마지막 5개 홀에서 보기 3개를 범해 2오버파로 떨어졌다. 컷 커트 라인은 1오버파였다. 10번 홀에서 출발했던 린시컴은 마지막 파5 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일찍 짐을 싸게 됐다.
지난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챔피언 다니엘 강은 1타를 줄였지만 1라운드에서 잃은 타수를 만회하지 못해 2오버파에 머물렀다. 청야니는 1, 2라운드에서 각 1오버파를 기록했다. 브리타니 랭은 1타를 줄였지만 합계 3오버파에 그쳤다. 모 마틴도 3오버파다.
김효주도 2오버파를 기록하며 1타 차로 컷을 넘지 못했다. 이미향과 최나연이 4오버파, 양희영도 5오버파로 주말 라운드를 하지 못하게 됐다.
반면 유소연은 가까스로 컷 통과에 성공했다. 첫 날 3오버파로 불안하게 출발했던 유소연은 2라운드에서도 좀처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10번 홀에서 시작한 유소연은 14번 홀에서 1타를 더 잃었다. 이후 전반에 2타를 줄인 유소연은 2오버파를 만들었다. 2번과 3번 홀에서 보기와 버디를 맞바꾸며 살얼음판 같은 흐름이 쭉 이어졌다.
마지막 9번 홀에서 유소연은 두 번째 샷을 거의 그린 앞까지 보내며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세 번째 칩샷이 너무 길어 핀을 훌쩍 지나갔다. 남은 거리는 5m. 반드시 넣어야 하는 퍼트였다. 이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하면 컷 탈락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유소연의 부담감은 커졌다. 하지만 세계랭킹 3위 유소연은 극적으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중간합계 1오버파 공동 63위에 자리했다.
노장 안젤라 스탠포드(미국)도 마지막 홀에서 프린지에서 과감하게 퍼트를 굴러 극적인 버디를 낚았다. 이 버디로 스탠포드는 1오버파로 컷 통과에 성공했다. 이날 8번 홀에서 홀인원을 작성하며 1등석 티켓을 부상으로 획득한 시드니 마이클스(미국)는 1타를 잃고 4오버파로 컷을 넘지 못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