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박이 롱 퍼터로 교체한 뒤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잠재력을 뽐내며 LPGA투어 첫 승을 신고했다.
재미교포 애니 박이 약점인 퍼트를 보완하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첫 승을 달성했다.
애니 박은 11일(한국시간) LPGA투어 숍라이트 클래식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낚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치며 최종 16언더파로 우승했다. 이날 요코미네 사쿠라(일본)가 코스 레코드 타이인 10언더파 61타로 맹타를 휘두르며 추격했지만 애니 박은 요코미네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2016년 LPGA투어 데뷔 후 정확히 50경기 만에 거둔 값진 첫 승이다.
미국 대학 최강자로 군림한 애니 박은 데뷔 때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남가주 대학 시절인 2013년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는 등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스테이스 루이스(미국) 등이 NCAA 개인전 챔피언 출신들이다. 2015년 프로 전향 후에도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LPGA 2부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11개 대회에 출전해 3승을 챙기면서 상금랭킹 1위로 1부 직행 티켓을 획득했다.
1m75cm의 장신인 애니 박은 2015 시즌에 2009년 미나 헤리게(미국) 이후 6년 만에 시메트라 투어 상금왕과 신인왕을 동시에 석권하는 기록도 세웠다. 또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시메트라 투어 평균 타수 60대 타수를 적으며 최저타수상을 거머쥐었다. 화려한 경력 덕분에 2016년 LPGA투어 데뷔 해에는 전인지와 함께 신인왕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1부 투어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평균 퍼트 수 31.64개 이상을 기록하는 등 퍼트가 약점으로 지적됐다. 첫 해 상금 순위 82위에 머무른 애니 박은 2017 시즌엔 허리 부상 등으로 고전하며 시드까지 잃었다. 올해는 대회 출전을 위해 월요 예선을 노크할 정도로 시드 순위가 낮았다. 올해 숍라이트 클래식 출전 이전까지 4개 대회 출전에 그쳤다. 통산 LPGA투어의 톱10 기록은 2회에 불과했고, 최고 성적은 2016년 숍라이트 클래식 공동 6위였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퍼터를 바꾼 게 골프 인생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여자골퍼로는 드물게 일반 퍼터에서 일명 브룸스틱 롱 퍼터로 바꾸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무겁고 긴 롱 퍼터로 바꾸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퍼트 시 손이 몸에 닿이면 안 되고 무겁기 때문에 컨트롤이 쉽지 않다. 그러나 퍼터 교체 후 평균 퍼트 수가 1.5개 가까이 줄어들면서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올해 평균 퍼트 수가 30.19개로 떨어졌다.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퍼트감이 눈부셨다. 애니 박은 1라운드 12번째 홀 보기 이후 무려 40홀 연속 노보기 행진을 펼치며 역전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특히 마지막 날에 절정의 퍼트감을 뽐냈다. 9번 홀에서 12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집어넣으며 우승 경쟁에 합류했다. 13번 홀에서도 10m 거리의 롱 퍼트를 집어넣으며 15언더파 공동 선두로 뛰어 올랐다. 기세가 오른 애니 박은 14번 홀에서도 장거리 퍼트를 버디로 연결시키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고, 우승까지 내달렸다.
애니 박은 이번 대회에서 평균 퍼트 수 28.67개를 기록하며 눈부신 퍼트감을 자랑했다. 더불어 고감도 아이언 샷감도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최종일 그린을 두 번만 놓칠 정도로 빼어난 아이언 샷을 뽐냈고, 이번 대회의 그린 적중률이 무려 81.5%에 달했다. 애니 박은 "긴장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퍼트가 정말 잘 됐다"며 "퍼트가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왔다. 앞으로도 롱 퍼터로 계속 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기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