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뉴스

메이저 역대 최고 이변...'인간 승리 스토리'까지 더한 포포프

김지한 기자2020.08.24 오후 3:30

폰트축소 폰트확대

뉴스이미지

AIG여자오픈에서 깜짝 이변을 일으키면서 우승한 조피아 포포프. [사진 AIG 여자오픈 대회 조직위원회]

올 시즌 첫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AIG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한 조피아 포포프(28·독일)가 골프계 최대 화제 선수로 떠올랐다. 무명 골퍼였지만, 꿋꿋하게 메이저 대회에 나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신인 시절 투병 생활을 했던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인간 승리'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포포프는 24일(한국시각) 영국 스코틀랜드 트룬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에서 열린 AIG여자오픈에서 합계 7언더파로 정상에 올랐다. 세계 랭킹 304위인 포포프는 2006년 여자골프 세계 랭킹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순위의 메이저 챔피언으로 기록됐다. 가히 역대 최고 이변으로 꼽을 만 하다. 그는 2부 투어 출전권만 갖고 있다가 이번 우승으로 다음달부터는 1부 투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포포프는 "어떻게 표현할 수 없고, 솔직히 지금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포포프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LPGA 투어 대회 캐디로 나섰다. 지난달 말 LPGA 투어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서 절친한 친구인 아너 판 담(네덜란드)의 가방을 멨다. "캐디를 하면서 캐디의 시각에서 코스를 바라보는 기회도 얻었던 것 같다"던 그는 다음 대회인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 상위 랭커 선수들이 대거 불참하며서 출전 기회를 잡았다. 이 대회에서 9위에 오른 그는 AIG여자오픈 출전 자격을 얻고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바람 부는 링크스 코스에서 첫날과 둘째날을 이븐파로 치른 그는 남은 2라운드에서 7타를 줄이고 기어이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LPGA 투어는 물론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도 우승하지 못했던 그는 생애 첫 프로 투어 대회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거두는 감격을 맛봤다. 앞서 그가 선수 생활을 경험하면서 거뒀던 우승은 미니 투어인 캑터스 투어에서 세 차례 정상에 오른 게 전부였다.


AIG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포포프. [사진 AIG여자오픈 대회 조직위원회]

포포프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선 투병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LPGA 투어에 처음 데뷔한 2015년, 몸무게가 11㎏ 이상 빠져서 병원을 스무 군데 정도 돌아다녔다. 3년이 지나서야 겨우 라임병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드기가 옮기는 보렐리아균 감염이 원인으로 알려진 라임병은 심하면 뇌수막염, 척수염, 부정맥까지 우려되는 병으로 알려졌다. 이 병은 올해 초 캐나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이 병에 걸린 사실이 공개돼 주목받은 바 있다. 포포프는 "심할 경우 10가지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사실 지금까지도 관리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은퇴 생각도 했던 포포프는 이번 우승으로 그동안 힘겹게 버텨왔던 걸 보상받았다. 그는 "모든 걸 이겨내고 그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그만둘 뻔 했지만, 그러지 않았던 게 다행"이라면서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버디가 나올 것 같았다. 캐디백을 메준 남자 친구에게도 고맙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