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 홀 티샷하는 최경주
“완도섬에서 자라 링크스에서 경기하면 마음이 포근하고 좋습니다. 뻘밭같은 해변이 보기좋고 익숙합니다.”
최경주(54)가 스코틀랜드 커누스티의 커누스티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를 두 타차 선두로 마친 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챔피언스 투어 메이저 대회인 시니어 디오픈 챔피언십(총상금 285만 달러)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면서 그의 대회 준비 과정과 함께 링크스의 많은 경험이 드러났다.
현재 미국 댈러스에서 살고 있는 그는 이번 대회를 위해 준비도 많이 했다. 댈러스는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이라 링크스 코스 환경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샷 연습도 추가됐다.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티샷이나 세컨드 샷이 어렵습니다. 1999년과 2007년에 디오픈에서 이 코스를 경험했는데 인내심을 가지고 홀을 지키면서 좋은 샷을 이어가겠습니다.”
시니어 디오픈 트로피 든 최경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는 앞바람이 불 때는 낮게 치고 높고 낮은 구질의 공을 많이 연습했다. 특히 하이컷샷이 뛰어났다. 3라운드를 한 타차 선두로 마치고도 여유로웠다. 월등하게 앞서다 15, 16번 홀 연속 더블보기를 적어내 공동 선두도 허용했으나 가장 어려운 마지막홀에서 버디를 잡고 간신히 선두를 지켰다.
“두 개 홀 더블보기는 파이널 라운드를 위한 좋은 사인입니다. 오늘 시작을 잘했고 버디도 많았다. 바람을 잘못 읽고 친 세 번의 미스샷 결과 5타를 잃었는데 좋은 공부였습니다. 커누스티는 디오픈에서 두 번이나 쳤고 어렵지만 좋아하는 코스인데 잘 버티고 있습니다. 이번 주 아이언이 잘 맞고 있어요.”
최경주는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커누스티에서 매 라운드 언더파를 쳐냈다. 마지막날도 전반에 보기를 세 개 적어내 선두를 잃었으나 마음을 달리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보기 3개를 쳤으나 어쨌든 가보자 생각했고 기다렸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14번 홀에서는 대회 내내 이글을 두 번 잡았다.
최경주는 디오픈에 총 15번 출전했다. 국내외 일본 투어를 병행할 때 자격을 얻어 1998년 로열 버크데일에서 열린 디오픈에 나가 113위를 한 게 첫 경험이었다. 이듬해인 1999년 커누스티에서 열린 디오픈에서 공동 49위를 했다. 당시 프랑스의 장 방드 벨드가 마지막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적어내 연장전 끝에 폴 로리(잉글랜드)가 우승했던 대회다.
17년전인 2007년 디오픈에서 공동 8위로 마친 최경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어 2002년 뮤어필드에서 2014년 로열리버풀까지 13년간 꾸준하게 디오픈을 나갔다. 2007년 커누스티에서 열린 디오픈에서는 공동 8위를 했는데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그해 우승한 패드레이그 해링턴(아일랜드)은 올해 마지막날 이븐파를 쳐서 공동 5위를 했다.
최경주는 15번의 디오픈 출전에서 10번을 컷 통과했고 5번은 탈락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가졌고 성적도 뛰어났다. 올해 디오픈에서 13위로 마친 안병훈이 10번을 출전했다. 양용은이 7번, 김시우와 김경태는 6번씩 경험했다. 한국 선수는 39명이 99번을 나갔다. 가장 좋은 성적은 지난해 김주형의 2위다.
내년 로열포트러시에서 열리는 153회 디오픈에는 이 대회 챔피언 자격의 최경주가 16번째 출전한다. 완도만큼 해안가 뻘밭을 가졌고, 댈러스만큼 바람이 많이 부는 링크스다. 55세의 나이에 펼칠 링크스 도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최경주의 파이널 경기는 JTBC골프&스포츠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