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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시안투어, KPGA에 주던 '국가 시드' 축소… '행정 실패' 피해는 선수 몫

김현서 기자2023.10.18 오전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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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투어 로고.

아시안투어가 매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선수들에게 부여하던 국가 시드(Country Exemption)를 축소하기로 했다. 따라서 KPGA 선수들의 아시안투어 대회 출전 기회가 내년부터 줄어들 전망이다.

18일 JTBC골프 취재 결과 아시안투어는 최근 KPGA에 배정된 국가 시드 축소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 시드는 아시안투어 대회 때마다 출전권이 주어지는 카테고리 영역이다. 지난 5월 KPGA가 DP월드(구 유러피언)투어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독소 조항을 넣은 것에 따른 보복성 조치로 풀이된다.

아시안투어의 결단 배경은 이렇다. 최근까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DP월드투어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후원(PIF)을 받는 리브 골프를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 프로골프 협회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세력을 확장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KPGA 역시 일본골프투어(JGTO), 인도골프투어 등과 함께 DP월드투어와 전략적 업무 협약을 맺으면서, 국내 선수들에게 해외 진출에 대한 새로운 기회의 장을 마련해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리브 골프 협력 관계인 아시안투어가 발끈할 조건들이 포함된 게 문제였다. ‘KPGA가 한국에서 해외 투어와 공동 주관(코생션) 대회를 열 때 DP월드의 승인(approval)을 받아야 한다’는 독소 조항을 포함한 게 결정적 화근이 됐다.

30년간 KPGA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오던 아시안투어로서는 섭섭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아시안투어 관계자는 “아시안투어는 오랫동안 한국프로골프협회와 협력해 오며 신뢰를 쌓아왔지만, 내년부터 한국에서 KPGA와 공동 주관으로 새로운 대회를 열려면 DP월드투어의 승인을 일일이 받아야 한다는 점은 받아들이기 어려워 국가별로 배정된 출전권 배정 조건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시안투어는 코리안투어를 제외한 인도와 태국 골프투어 등에는 기존 방식 대로 국가시드 배정분에 대한 권한 위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안투어는 다른 투어의 제재나 승인을 받는다는 건 스포츠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내다봤고 결국 국가 시드 등을 축소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기존에는 아시안투어가 KPGA에 국가 시드 배정분(올해 9장)에 대한 권한을 위임했다면 변경 후에는 아시안투어가 직접 선발한다. QT 파이널 직행권도 마찬가지다. 아시안투어 시드를 잃은 선수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되며 기존 배정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KPGA 수뇌부의 행정 실패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나라 선수들이 떠안게 된 모습이다. JTBC골프가 지난 5월 KPGA와 DP월드투어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독소 조항을 넣은 사실을 보도했을 때 몇몇 선수들의 반응은 “내년에 어떻게 될지 지켜볼 것이고, 만약 피해가 생긴다면 그때 대처를 하겠다”였다. 그러나 해가 지나기도 전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아시안투어 진출을 내다보던 A 선수의 관계자는 “내년에 코리안투어의 큰 대회 몇 개가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그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내 선수들은 내년부터 아시안투어와 병행하며 최대한 많은 대회에 나가려고 할 텐데, 이 시점에서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결국 협회의 행정 착오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의 몫이 됐다”며 낙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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