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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박관념 갖던 전인지를 바꾼 '4주 휴식기'

김지한 기자2021.01.25 오후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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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개막전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4위에 오른 전인지.

"확신을 가졌던 한 주였어요. 벌써부터 다음 대회가 기다려져요."

25일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개막전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마친 뒤, 전인지(27)의 목소리에선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이번 대회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기록해 4위(17언더파)에 올랐다. 지난 2019년 10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공동 4위) 이후 LPGA 투어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우승은 제시카 코다(미국·24언더파)가 차지했다. 무엇보다 길었던 부진을 털어낼 수 있단 자신감이 생겼다.

국내로 귀국하기 전, 전인지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전인지는 "내가 가려고 하는 방향이 올바르게 가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고 그리던 경기를 했던 한 주였다"고 만족해했다. 그는 이번 대회 나흘 동안 평균 그린 적중률(72.2%)도 높았고, 퍼트수(26개)도 적었다. 경기력 만큼 자신감이 부쩍 커진 게 큰 수확이었다. 그는 "내 앞에 놓인 샷, 그린에서 내가 해야 할 퍼팅을 어떻게 하면 멋있게 넣어볼까 하고 생각하면서 재미 요소를 찾고 내 안의 동기 부여를 끄집어내면서 경기했다.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전인지가 마지막으로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건 2018년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이었다. 이후 슬럼프가 찾아왔다. 톱10에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2019시즌엔 23개 대회 중 2차례, 2020시즌엔 15개 대회 중 2차례 톱10에 그쳤다.

전인지는 "스스로 조급했다"고 말했다. 연습할 때는 샷과 퍼트가 잘 됐지만 실전에선 원하는대로 플레이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부담감과 강박 관념이 확 밀려왔다. 그는 "'기술적으로 좋아진 것 같은데 왜 성적이 안 따라오지' 하고 스스로 의심했다.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했고, 기대감을 크게 가졌던 게 코스에서 독이었다. 나에 대한 믿음이 없어지더라. 그런 걸 느꼈던 과정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퍼팅 상황에서 더욱 그랬다. 그는 "실수를 한번 하면 '오늘도 잘 안 되는구나' 했다. 다음 샷이 설레고, 어떻게 경기 운영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었다. '또 실수했네' '힘들어' 하다보니까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전인지를 지도하는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박원 골프 아카데미 원장)은 "정확하고 완벽하려고 애썼다. 퍼팅에서 중요한 건 정확한 스트로크뿐 아니라 그린을 잘 읽고, 에임도 잘 해야 하고, 원하는 스피드로 굴릴 줄 알아야 한다. 정확하게만 치려고 하니까 모든 걸 놓쳤다. 압박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3라운드 4번 홀 페어웨이에서 샷하는 전인지. [사진 Gettyimages]

지난달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을 마치고 다른 골퍼들이 귀국길에 올랐다. 4주 휴식기에 전인지는 미국에 남았다. 이 기간에 그는 기술보다 심리적인 면을 더 가다듬었다. 특별한 프로그램을 한 건 아니었다. 코스에 나갔다. 연습장이 아닌 필드에서 좋았던 느낌을 찾고 싶었다. 전인지는 "한 번 안 되더라도 '다음 홀에선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홀에 넣을 수 있을까' 하는 식으로 재미를 찾으려고 했다. 잘 하려고 강박감을 가지려 하지 않았다. 대신 내 안의 새로운 동기 부여를 찾아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효과는 있었다. 전인지는 "이번 대회 첫날 6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했다. 예전 같았으면 '오늘도 안 되네' 하는 생각만 갖고 힘들어했을 거다. 이번에는 '할 수 있는 걸 더 자신있게 해보자'고 했다. 그런 마음이 나흘 내내 이어졌다. 결과도 좋았다"고 말했다. 박원 위원은 "조금 더 여유를 갖고, 큰 그림을 보면서 본인 스스로 좋은 느낌을 갖도록 했다. 4주 동안 본인 스스로 내려놓는 걸 많이 했다. 이번 대회 내내 '자신있어요. 슬럼프 끝낼 수 있어요'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우승을 하는 것이야 천운이 따라야겠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여러가지로 모두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인지는 잠시 귀국했다 설 연휴를 보내고 다시 미국으로 간다. 달라진 마음가짐 만큼 목표도 달라졌다. 특정 대회 우승 같은 상투적인 목표가 아니다. 그는 "후원사, 팬분들은 어려웠을 때도 한결 같이 날 응원해줬다. 그 덕에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 모든 분들에게 보람을 느끼게 하고 싶다. 오래 기다려주신 만큼 올 한 해 잘 해서 그 분들이 더 웃을 수 있게 하고 싶다. 환하게 웃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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