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뉴스

10번 홀 트리플보기 악몽딛고 해피엔딩 쭈타누깐

이지연 기자2018.06.04 오전 7:40

폰트축소 폰트확대

뉴스이미지

US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9홀을 남기고 7타 차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전에 끌려나갔던 에리야 쭈타누깐. 그러나 연장 네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하면서 해피엔딩의 주인공이 됐다.

4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숄크릭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US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

9홀을 마친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은 7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렸다. 3라운드를 마친 뒤 4타 차 단독 선두. 쭈타누깐은 최종일 전반 9홀을 마친 뒤 2위 김효주와의 격차를 7타까지 벌리는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누구도 쭈타누깐의 우승을 의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10번 홀에서 2번 아이언으로 친 쭈타누깐의 티샷이 우측으로 밀려 해저드에 빠졌다. 1벌타를 받은 쭈타누깐은 무리한 그린 공략을 시도하다 세 번째 샷마저 나무에 맞히며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4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쭈타누깐은 첫 번째 퍼트가 너무 짧아 결국 이 홀에서 3퍼트를 했고, 치명적인 트리플보기가 나왔다.

쭈타누깐은 11번 홀(파5)에서 찾아온 버디 찬스를 놓친 뒤 흔들렸다. 가장 어렵게 플레이된 12번 홀(파4)에서 티샷을 러프에 빠뜨렸고, 3온,2퍼트로 다시 보기를 했다.

마음 편한 추격자였던 김효주는 12번 홀(파4)에서 10m가 넘는 버디를 성공시켜 둘의 격차는 순식간에 2타가 됐다. 15번 홀(파4)에서는 그린 밖에서 시도한 버디 퍼트가 다시 홀에 빨려들어가 1타 차 박빙이 됐다.

불안한 선두였던 쭈타누깐은 16번 홀(파3)에서 1m가 약간 넘는 버디를 성공시키며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17번 홀(파5)에서 6번 아이언으로 친 레이업 샷이 다시 나무를 맞고 러프로 들어가면서 불운이 끝나지 않았다. 그린을 놓친 쭈타누깐은 이 홀에서 다시 보기를 기록했다. 1타 차 선두였던 18번 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려 다시 보기가 나왔고 결국 연장전에 끌려나갔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남녀 US오픈은 코스 세팅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한 샷만 실수해도 보기 이상의 스코어가 쉽게 나온다.

역대 US오픈에서 가장 유명한 역전패는 1966년 아놀드 파머(미국)가 7타 차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전을 허용한 뒤 빌리 캐스퍼(미국)에게 패한 경기였다.

연장전에 나간 쭈타누깐은 내내 끌려 다니는 경기를 했다. 2홀 합산으로 치러진 첫 연장전에서 김효주가 14번 홀(파4)에서 먼저 버디를 하자 분위기는 침울해졌다. 그러나 쭈타누깐은 18번 홀(파4)에서 그린을 놓치고도 파를 지켜냈고, 김효주가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려 보기를 하면서 기사회생했다.

서든데스 방식으로 변경해 치러진 연장 세 번째 홀 경기에서 쭈타누깐은 그린을 또 놓치고도 파를 기록했다. 그리고 연장 네 번째 홀에서도 그린 뒤편 벙커에 공을 빠뜨렸지만 파를 기록하면서 그린 오른 편 벙커에 빠져 보기를 기록한 김효주에게 승리했다.

메이저 1승(2016 브리티시여자오픈)을 포함해 통산 8승을 기록했던 쭈타누깐은 통산 9승 째를 거뒀다. 쭈타누깐은 그동안 유독 역사에 남을 달갑지 않은 역전패의 주인공이 되곤 했다. 쭈타누깐은 LPGA투어 데뷔 전인 2013년 모국인 태국에서 열린 LPGA 혼다 타일랜드에서 한 홀을 남기고 2타 차 선두였다가 마지막 홀 트리플보기로 박인비에게 역전패했다. 2016년 시즌 첫 메이저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는 3홀을 남기고 2타 차 선두였다 2타 차로 패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비온 뒤 단단해 지듯 후반 9홀의 악몽을 딛고 해피엔딩의 주인공이 됐다. 쭈타누깐은 "내 인생에는 늘 오르막, 내리막이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주어진 상황에만 집중하려고 한다"며 "길고 긴 승부가 끝났다. 너무 기뻐서 피곤한 줄도 모르겠다"고 미소지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