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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영웅들이 한자리에,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신봉근 기자2018.05.15 오후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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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영웅들이 한자리에,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사진 신중혁]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어떤 한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만이 들어갈 수 있는 영예로운 곳이다. 물론 골프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세인트 어거스틴. 1565년 미국 최초의 도시가 된 이곳에서 차를 타고 조금 달리다 보면 ‘월드 골프 빌리지’라는 ‘골프 마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만2000여 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골프광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아널드 파머와 잭 니클러스가 함께 설계한 킹 앤 베어, 샘 스니드와 진 사라젠이 합작한 슬래머 앤 스콰이어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골프 코스가 2개나 있다. 여기에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에서 직접 운영하는 아카데미까지 자리하고 있다.

골프 역사를 세운 위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도 이곳에 서 있다. 본래 1974년 파인허스트에 세워졌던 명예의 전당은 1998년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입구에서부터 세계 골프를 호령한 전설들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도로 바닥 벽돌에는 역사적인 골퍼, 설계자, 행정가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들의 모국인 17개의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그중 태극기도 당당하게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 = 명예의 전당 입구. 1986년 잭 니클러스의 마스터즈 위닝 세리머니가 눈에 띈다.]

명예의 전당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전설은 ‘골든 베어’ 잭 니클러스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그 유명한 1986년 마스터즈 때의 위닝 세리머니 장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골프 성인’ 바비 존스(1902~1971)의 위대한 명언도 찾아볼 수 있다. “골프는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게임과 가장 닮아 있다. 좋은 샷에서 나쁜 점수를 얻을 수도 있고, 나쁜 샷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도 있다. 어떻든 당신은 공이 놓인 곳에서 플레이를 해야 한다.”

▶골퍼보다 골프를 사랑한 코미디언 밥 호프

본격적인 전당 탐방에 들어가면 밥 호프(1903~2003)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2008년부터 호프를 기리는 특별전시회 <섕크스 포 더 메모리(Shanks for the Memory)>가 진행 중이다.

호프는 4차례나 아카데미 명예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코미디언이다. 1983년 골프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왜 코미디언이 골프 명예의 전당에 있느냐’는 의문은 전당을 둘러보는 순간 사라진다. 전 세계 2000여 개의 골프 코스를 섭렵하고 7차례나 홀인원을 성공시킨 호프는 “내 직업은 골퍼다. 코미디언은 그린피를 내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농담을 던질 만큼 누구보다 골프를 사랑했다.

1965년부터 2011년까지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PGA투어 밥 호프 클래식(현 커리어빌더 챌린지)이 열리기도 했다. 전시관에는 호프의 살아생전 모습과 영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샘 스니드(1912~2002), 드와이트 아이젠하워(1890~1969) 전 미국 대통령 등 명예의 전당 헌액자들과 함께 골프를 즐기는 사진도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 = 골프의 어원이 된 초창기 나무 클럽 ‘콜프’.]

명예의 전당에는 인물들만 모아놓은 것이 아니다. 골프클럽, 골프 공 등 골프용품의 발전사도 한눈에 돌아볼 수 있다. 초창기 나무 클럽들의 모습이 전시돼 있는데 폴란드어로 이를 ‘콜프(Kolf)’라 한다. 이것이 오늘날 ‘골프(Golf)’의 어원이 됐다. 또 소가죽 안에 오리털을 채워 넣은 ‘페더볼’ 등 다양한 골프의 유산들이 진열돼 있다. 초창기 골프를 즐기던 귀족들의 ‘골프 패션’도 그림으로 소개돼 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달 표면에서 사용한 역사적인 ‘6번 아이언’의 모습을 본떠 만든 모조 클럽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아이언과는 다르게 샤프트를 접을 수 있는 ‘접이식‘으로 만들어진 특제 아이언이다.

▶영웅들 사이에서 빛난 박세리의 미소

명예의 전당에는 17개국 155명의 골프 영웅들이 헌액돼 있다. 지난해에 LPGA투어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 로레나 오초아가 멕시코인 최초로 이름을 올리면서 17개국으로 늘어났다. 이 중 여성 골퍼는 37명에 불과하다. 아시아인은 5명이 전부다. 한국 골프의 전설 박세리는 지난 2007년 30세의 나이로 수많은 골프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회원들의 얼굴을 새겨놓은 ‘명예의 벽’ 한자리에 박세리도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진 = 박세리의 라커룸에는 20년 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 사진 등이 전시돼있다.]

헌액자들의 우승 클럽과 트로피를 체험할 수 있는 라커룸은 명예의 전당의 백미다. 박세리의 라커룸을 열면 20년 전 앳 된 ‘소녀’ 박세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US여자오픈 우승컵을 들고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박세리. 이때부터 한국 여자 골프의 역사가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예의 전당측도 “박세리는 골프의 개척자 중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다.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은 현재 LPGA를 휩쓸고 있는 많은 한국 골퍼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라커룸에는 우승 사진과 함께 박세리의 사인공, 장갑, 모자 등이 함께 들어 있다. 2006년 수상한 ‘헤더 파 어워드’ 트로피도 전시돼 있다.

또 한 명의 반가운 얼굴도 만나볼 수 있었다. 바로 지난해 PGA투어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최연소로 정상에 오른 김시우다. 전당 근처에 대회가 열리는 TPC 소그래스가 위치해 있어 특별전시관이 마련됐다. 특별전시관에는 지난해 우승자 김시우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전당 한켠에 마련된 인조 그린은 T전당 한켠에 마련된 인조 그린은 TPC 소그래스의 그린 빠르기를 그대로 재현해 놔 이 대회의 난이도를 실감하게 했다. 또 전당 밖 호수에서는 ‘죽음의 홀’로 유명한 17번 홀을 경험할 수도 있다. 호수 한가운데에 있는 그린을 겨냥한 샷이 번번이 물에 빠지는 것을 체험하면서 새삼 김시우의 우승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잭 니클러스가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했다면 아널드 파머(1929~2016)는 배웅자의 역할을 한다. 전당을 다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파머를 추모하는 게시판이 걸려 있다. 게시판에는 파머를 사랑했던 방문객들이 남긴 글귀와 사인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수많은 골퍼들에게 귀감이 된 ‘필드의 신사’ 파머는 영원히 골프팬들의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신봉근 기자 shin.bongge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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