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대회 우승의 기쁨하고 다른 뿌듯하고 행복한 기분이다.”
새 신부 박인비(KB금융그룹)가 한 남자의 아내가 되는 소감을 밝혔다. 박인비는 13일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골프장에서 프로 골퍼 출신 남기협씨와 웨딩마치를 울렸다. ‘골프 여제’의 결혼식답게 미국프로여자골프(LPGA) 투어 스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야외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박인비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기쁘고 결혼은 하지만 선수로서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또 박인비는 메이저의 성취감과는 조금 다른 행복한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2016년 리우 올림픽까지는 아내이기 이전에 선수의 본분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2세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다. 올림픽까지는 열심히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올림픽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고 최고 기량을 유지할 것이다. 국가대표가 된다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고 평생 기억에 남는 대회가 될 것이다.” 박인비는 지난 7월 국가대항전 크라운 인비테이셔널에서 한국을 대표해 출전한 뒤 태극마크의 의미와 무게감을 새삼 다시 깨달은 바 있다.
박인비는 결혼식 날까지만 즐기고 14일부터는 다시 ‘선수 박인비’로 돌아간다. 그는 14일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 공식 연습라운드에 곧바로 참가해 세계랭킹 1위 탈환을 위한 고삐를 당긴다. 세계랭킹 2위 박인비는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세계 1위 자리를 다시 되찾게 된다. 박인비는 “인생에 있어서 너무 중요한 날이다. 시즌 중 결혼을 한다는 게 모험일 수도 있는데 결혼식 후에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겠다”라고 강조했다.
박인비는 시즌 중 결혼식이 모험이라고 했지만 14일부터는 다시 '선수 박인비'로 돌아간다고 했다. [서원밸리골프장 제공]
박인비와 남씨는 2006년 말 미국 전지 훈련지에서 만나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다 2008년부터 교제해 왔다. 2011년 약혼 후 결혼까지 홀인했다. 박인비는 “결혼은 인생의 새로운 출발이 될 것 같다. 이전까지 어머니 아버지의 딸이었다면 이제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되는 것이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혼 후 생활은 크게 바뀌진 않을 듯하다. 그는 “사실 결혼 후에도 별 차이가 없을 듯하다. 결혼했다, 안 했다 그 차이 뿐 지금처럼 함께 다니면서 행복하게 투어 생활을 할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남씨도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지만 지금처럼 오순도순 잘 살도록 노력하겠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신부”라고 맞장구를 쳤다.
박인비 커플의 허니문은 몰디브로 정해졌다. 시즌이 끝난 뒤 12월에 신혼여행을 갈 예정인 박인비 커플은 “둘이 지내고 싶은 게 소원이었는데 신혼여행 때는 골프 클럽을 안 가지고 가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결혼식에 앞서 포토존에서 키스를 받고 있는 박인비.
이날 결혼식에는 친한 동료인 최나연(SK텔레콤), 유소연, 김인경(이상 하나금융그룹), 오지영(한화)이 들러리로 나서 신부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최나연은 “우리는 니가 제일 먼저 갈 줄 알았다. 축하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라고 축하인사를 건넸다. 김인경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축하해주는 것을 보니 오히려 내가 더 뿌듯하다. 언제나 그랬듯 행복하고 즐겁게 잘 살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나이를 불문하고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커플이다.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예쁘게 사랑해요”라고 덕담을 건넸다.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 대회를 마치고 이날 오전 한국에 도착한 골프스타들은 인천에서 버스를 다같이 타고 결혼식에 참석했다. 벨렌 모조(스페인)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결혼식인 것 같다. 축하해”라고 커플의 앞날을 축복했다. 지난해 박인비와 세계랭킹 1위 경쟁을 했던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도 남자친구와 함께 식장을 찾았다. 청야니(대만)와 펑샨샨(중국)은 중국말로 ‘축하하고 행복해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외도 LPGA 투어의 전현직 별들도 총출동했다. 박지은 커플을 비롯해 올해 은퇴를 선언한 한희원, 장정 부부도 자리를 함께 했다. 아기 엄마가 된 서희경도 남편과 함께 식장을 찾았다. 현재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지은희, 신지은(이상 한화), 국내 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하늘(KT) 등도 자리를 빛냈고, 골프 관계자를 포함한 700여 명의 하객이 모였다.
들러리로 참석한 (왼쪽부터)김인경, 유소연, 오지영, 최나연.
남자친구와 함께 온 수잔 페테르센(왼쪽)과 아자하라 무노스.
LPGA 투어의 별 (왼쪽부터)안나 노르드크비스트, 벨렌 모조, 청야니, 펑샨샨.
파주=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