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실력은 소유한 것이 아니라 잠시 빌려온 것이라고 한다. 박인비(KB금융그룹)가 그랬다.
첫날 8언더파, 둘째날 10언더파를 치면서 코스를 유린하던 박인비는 1일 대만 타이페이 미라마르골프장(파72)에서 열린 푸방 LPGA 타이완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는 한 박자 쉬었다. 강한 바람이 불었고 박인비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스코어가 좋지 않았다. 1, 2라운드 같은 버디, 이글 잔치는 없었다. 박인비는 4번홀에 가서야 첫 버디, 6번홀에서 두 번째 버디를 잡았다. 그러나 7, 8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하면서 다 까먹었다.
그래도 박인비는 박인비였다. 9번 홀에서 긴 거리 내리막 버디 퍼트를 넣으면서 분위기를 바꿨고 후반 들어서 2타를 더 줄였다. 이날 3언더파 69타, 중간합계 21언더파다. 4라운드에는 더 강한 바람이 분다고 예보됐다. 박인비가 27언더파인 LPGA 투어 최소타 기록을 깰 가능성은 다소 줄어들었다.
박인비의 우승을 바라는 팬들에겐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2위와의 타수 차는 3에서 4로 늘었다는 것이 좋은 뉴스다. 박인비를 3타 차로 추격하던 펑샨샨은 2타만을 줄였다. 17언더파로 4타 차다. 이 17언더파에 세계랭킹 2위 스테이시 루이스가 나타난 것은 좋지 않은 뉴스다. 루이스는 이날 8언더파를 몰아치면서 쫓아왔다.
그러면서 긴장감은 증폭되고 있다. 팬들은 2일 벌어질 타이완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2014년 LPGA 투어의 최고 장면을 즐길 가능성이 있다.
청야니가 몰락한 이후 박인비와 스테이시 루이스가 여제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지난 85주간의 세계랭킹에서 박인비는 60주간, 루이스가 25주 동안 랭킹 1위를 했다. 엎치락뒤치락 여러 차례 1위가 바뀌었고 현재는 박인비가 1위다. 상금랭킹과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 CME 글로브 포인트에서는 루이스가 1위, 박인비가 2위다.
미국 골프채널은 “박인비와 루이스가 뜨겁게 경쟁했지만 이상하게도 한 대회에서 두 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보이면서 대결한 것은 거의 없다”면서 “이번 주가 바로 그 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라운드에서 박인비는 루이스, 수잔 페테르센과 경기했다. 박인비는 1라운드 8언더파를 치면서 루이스를 그로기 상태로 몰았다. 루이스는 첫날 5언더파를 치면서 나름 잘 했지만 박인비에는 모자랐다.
그러나 루이스는 바람이 강해진 3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치면서 다시 일어섰다. 최종라운드는 진짜 두 선수의 뜨거운 라이벌전을 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3라운드보다 훨씬 더 강한 폭풍이 예보되었기 때문에 두 선수의 샷 기량은 물론, 정신적 강인함도 테스트될 것으로 보인다.
J골프에서 대회 4라운드를 11월 2일 오후 4시부터 위성 중계한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