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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장정 "골프 선수로 30점, 아쉬움 커"

이지연기자 기자2014.11.03 오후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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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골프 인생을 마무리한 장정(왼쪽에서 두 번째)은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당분간 살 계획이라고 했다. 장정의 어머니(오른쪽 두 번째)와 아버지(오른쪽)는 딸이 이제 선수로서가 아닌 여자로서의 행복을 누리면 좋겠다고 했다.[사진 한화 제공]

"아버지! 감사하고, 죄송하고, 사랑해요."

3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 호텔. 20년 골프 인생을 마무리하는 은퇴식을 치른 장정(33·한화)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감정이 격해져 울컥 했다.

장정은 이날 가족과 골프 기자 등을 초대해 조촐한 은퇴식을 치렀다. 장정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만감이 교차한다. 시원섭섭하기도 하지만 골프 선수로 정말 행복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장정은 지난 9월 열린 포틀랜드 클래식 대회 기간 중 갑작스런 은퇴를 선언했다. 남편인 프로 골퍼 출신 이준식(35)씨와 상의했지만 나머지 가족들도 몰랐던 은퇴였다. 장정은 "아버지에게 특히 죄송하다. 결혼을 하기 전까지 아버지는 남자 친구이자, 캐디, 코치, 매니저였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말씀드리면 또 결심이 흔들릴 것 같아 상의없이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아버지 장씨는 "막내딸과 함께 한 것이 정확히 21년이다. 은퇴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언론에서 은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섭섭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동안 골프를 열심히 했으니 이제 한 사람으로서의 삶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로서의 행복을 누리고 살면 좋겠다"고 딸을 다독였다.

장정은 200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해 통산 2승을 거뒀다. 2005년에는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꺾고 우승했다. 한국(1998년 한국여자오픈)과 일본(2006년 일본여자오픈)의 메이저 대회도 우승해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3대 투어 메이저를 제패했다.

그러나 2009년 이후 손목 부상으로 내리막 길을 걸었다. 2009년 2월 오른손 삼각 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뒤 지난해까지 세 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장정은 "똑같은 곳을 세 번이나 다쳤다. 프로에게 성적만큼 중요한 것이 자기 관리인데 아플 때 제대로 관리를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런 점에서 프로로서 내 점수는 30점 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장정은 지난 3년 간 수술과 재활을 거듭하면서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고 했다. 그는 "나도 1등을 하던 시절에는 몰랐다. 그러나 노력을 해도 꼴찌를 하는 상황이 계속 되니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에게 실망하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 뭔가를 시작하기에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나이인데 조금 더 어린 나이에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2011년 이준식씨와 결혼한 뒤 그해 말 딸 슬(3)을 낳은 장정은 당분간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로 했다. 장정은 "골프는 내가 노력하면 어느 정도 얻는 게 있었다. 그러나 가정 생활은 좀 다르더라"며 "연습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담감이 사라진대신 아이 밥도 해줘야 하고, 집안 살림도 해야 한다. 너무 바쁘지만 새로운 삶에 또 다른 행복과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장정은 지난주 중부대학교 석사과정 졸업 시험을 봤다. 장정은 "그동안 못했던 경험을 실컷 하고 난 뒤 진로에 대해 고민해볼 것"이라며 "20년이나 골프를 해왔는데 아무래도 그 경력을 살려 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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