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박인비와 스테이시 루이스는 명예의 전당 입회라는 긴 승부도 함께 펼치고 있다. [골프파일]
용호상박(龍虎相搏).
최근 3년간 ‘골프 여제’ 자리를 두고 라이벌전을 벌이고 있는 박인비(KB금융그룹)와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의 구도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다. 박인비와 루이스는 2012년 ‘청야니 시대’ 종식 후 엎치락뒤치락하며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다투고 있을 뿐 아니라 모든 타이틀 부문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는 박인비의 압승이었다. 올해는 루이스가 조금 앞섰다. 올해의 선수, 상금왕, 베어트로피를 휩쓴 루이스는 2011년 청야니 이후 처음으로 3관왕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그러나 미국 현지 언론들은 루이스의 ‘올해의 선수’ 수상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루이스가 포인트로 선정하는 기준으론 수상자가 맞지만 올해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가 루이스라는 데는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루이스와 박인비는 올해 나란히 3승을 챙겼지만 무게감이 달랐다. 박인비는 LPGA 챔피언십이라는 메이저 우승이 있지만 루이스는 메이저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 그래서 루이스도 올해 소감을 밝히면서 “메이저 우승이 없어 위대한 해라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뜨거운 샷 대결을 벌이고 있는 박인비와 루이스는 멀게는 ‘명예의 전당 선입회’ 여부를 놓고 겨루고 있다. 아직까지 갈 길이 멀지만 현역 중에는 박인비와 루이스가 명예의 전당 입회에 가장 근접했다고 할 수 있다. 최종 꿈이 ‘명예의 전당’이라고 밝힌 만큼 긴 호흡으로 둘의 라이벌전을 봐야 한다. 경쟁자이지만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 박인비는 “루이스는 언제나 좋은 자극이 된다”며 라이벌의 존재를 반겼다. 꿈을 이룬다면 둘은 먼 훗날 전설 반열에 올라 함께 웃을 수 있다. 그러나 명예의 전당 입회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금방이라도 포인트를 채울 것 같았던 청야니도 23점에 머물러 있고 2012년 이후 점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 위해서는 27점을 획득해야 한다. 또 LPGA 투어에서 최소 10년간 꾸준한 활약을 펼쳐야 한다. LPGA 투어 우승 1점, 메이저 우승 2점, 올해의 선수 1점, 베어트로피 1점 등 4개 항목으로만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긴 호흡의 승부다. 박인비도 “아직까지 언급하기에는 이르다”며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있다. 청야니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골프계에서는 예단은 금물이다.
박인비가 루이스보다 조금 앞서 있다. 지난해 메이저 3연승 등으로 경이적인 행보를 보인 박인비는 2013년 10점, 2014년 4점을 더해 현재 명예의 전당 포인트 19점을 확보했다. 2006년 프로로 전향한 박인비는 2007년부터 LPGA 투어 풀시즌을 소화하고 있어 10년 조건 중 8년을 채웠다. 2008년 프로가 된 루이스는 2009년부터 6년 풀시즌을 채웠고, 17점을 획득하고 있다. 2013년과 2014년 나란히 5점씩 얻었다.
박인비와 루이스가 골프인생을 걸고 벌이는 진정한 승부가 명예의 전당 입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