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와 렉시 톰슨. 늘씬한 키와 호쾌한 장타를 겸비한 이들은 LPGA 투어의 흥행 보증 수표로 불린다. [골프닷컴, 더플레이스2 캡쳐]
1m83cm의 늘씬한 키, 270야드를 넘나드는 호쾌한 장타. 스타성 뿐 아니라 출중한 실력도 겸비했다. ‘필드 위의 수퍼 모델' 이미지를 풍기는 미셸 위와 렉시 톰슨(이상 미국)은 6살 차이가 나지만 미국프로여자골프(LPGA) 투어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다.
미셸 위와 톰슨은 아마추어 시절 ‘골프 신동’으로 불렸다. 미셸 위는 10살 때 US여자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 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출전 자격을 획득하며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4년 뒤 이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후 미셸 위는 프로 입문 해인 2005년 연간 1000만 달러에 달하는 대형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최정상급 골퍼였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뛰어 넘는 특급 대우였다. 톰슨도 12살이 되던 2007년 US여자오픈에서 역대 최연소 골퍼로 이름을 올렸고, 이듬해 US주니어 챔피언십을 석권했다.
하지만 프로에 들어선 둘은 다른 행보를 보였다. 톰슨은 승승장구했다. 그는 2010년 프로에 입문해 이듬해 LPGA 투어 나비스타 클래식에서 당시 최연소 우승(16세7개월)을 기록했다. 그리고 세 달 뒤 유럽여자투어(LET) 두바이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2013년에는 투어 2승을 추가하며 ‘차세대 스타’로 급부상했다.
반면 미셸 위는 ‘1000만 달러 소녀’, ‘여자 타이거 우즈’라 불리며 기대를 모았지만 성장세가 더뎠다. 남자 대회에 출전해 성대결에 나서며 주목을 모았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지난 2003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베이밀스 오픈을 시작으로 성대결에 나섰지만 8차례 모두 컷 탈락의 아픔을 맛보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에 따른 비난 여론도 거셌다. 소렌스탐은 “미셸 위의 행보는 이해할 수 없다. 메이저 예선 통과에 자신이 없어도 나 같으면 남자 대회 출전처럼 다른 방법은 찾지 않겠다”며 일침을 놓았다. 이후 그는 LPGA 투어 풀시드를 획득한 2009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투어 첫 우승, 2010년 캐나다 여자 오픈을 거머쥐며 빛을 보는 듯 했다. 그러다 부상이 찾아왔고, 학업까지 병행한 탓에 4년간 무관에 그치며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미셸 위와 톰슨은 지난해 메이저 대회에서 뜨거운 샷 대결을 펼쳤다. 서로 장군멍군을 주고받았다. 4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미국 언론은 ‘꿈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LPGA가 NBA와 메이저리그 흥행에 바람을 맞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둘은 공동 선두로 경기를 시작했다. 톰슨은 무보기 플레이로 버디만 4개를 솎아냈다. 미셸 위는 1타를 줄이는데 그쳐 톰슨이 우승컵을 가져갔다. 그로부터 2달 뒤 둘은 메이저 US여자오픈 1, 2라운드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미셸 위가 미소를 지었다. 미셸 위가 2라운드까지 4언더파로 선두를 달렸고, 톰슨이 1언더파 2위에 자리했다. 결국 미셸 위가 최종 2언더파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골프위크는 ‘2014 LPGA 투어 10대 뉴스’의 첫 머리로 미셸 위의 우승을 다루기도 했다.
미셸 위와 톰슨은 LPGA 투어의 흥행 보증 수표 듀오로 통한다. 둘이 맞붙었던 나비스코 크래프트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시청률은 전해 대비 120% 정도 상승했다고 한다. LPGA 투어 마이크 완 커미셔너 얼굴도 활짝 폈다. 그는 “톰슨은 앞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골퍼다. 그는 골프장 안팎에서 실력과 성숙함 모두 발전하고 있다. 나는 톰슨의 미래가 더 밝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해 미셸 위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했을 때 언론의 관심이 증폭됐었다”며 스타성을 인정했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미셸 위와 톰슨은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안다. 미셸 위는 ESPN과 인터뷰에서 “톰슨은 정말 즐거움(entertaining)을 주는 골퍼라고 생각한다. 나도 다소 엔터테이닝한 경향이 있다. 그래서 톰슨과 구도가 투어 발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톰슨도 “훌륭한 조합이다. 우리는 장타를 날리는 것도 비슷해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와 훌륭한 경기를 할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들은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기 위해 비시즌에도 구슬땀을 흘렸다. 톰슨은 헤어스타일의 변화로 마음가짐을 달리했고, 스윙 교정 등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보완했다. 그는 “모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다. 메이저 첫 우승을 차지하고 자신감이라는 무기를 얻었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미셸 위도 자신의 SNS에 “레드베터 스윙 코치와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게재하며 새로운 시즌을 기약했다.
LPGA 투어 ‘흥행 보증 수표 듀오’ 미셸 위와 톰슨은 이달 29일부터 열리는 LPGA 투어 코츠 챔피언십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서창우 기자 real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