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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한의 골프 담화설록] 릴리아 부, 그리고 미셸 위 웨스트와 로즈 장

김지한 기자2023.04.27 오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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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끝난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릴리아 부.

“할아버지 덕에 엄마가 미국에 왔고, 미국에서 저를 낳았다. 할아버지야말로 오늘의 제가 있을 수 있는 이유다.”

지난 24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릴리아 부(미국)는 감격해하면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부는 1982년 외할아버지가 가족들을 이끌고 베트남 전쟁 직후 보트를 통해 베트남에서 탈출한 것으로 알려진 가족사(史)로 주목받은 바 있다. 2018~2019년 사이에 31주 동안 아마추어 여자 골프 세계 1위에 올랐던 부는 2019년 프로로 전향해 오랜 기다림 끝에 올 시즌 기량을 활짝 편 모습이다. 아울러 릴리아 부 가족의 ‘아메리카 드림’도 이뤘다.

릴리아 부의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여자 골프의 아시아계 골퍼 강세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LPGA 투어에서 아시아계 골퍼 강세는 수년간 지속돼왔다. 한국, 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적 골퍼들의 우승이 쏟아졌지만, 호주, 뉴질랜드도 이민지, 리디아 고 등 이민 2세 골퍼들이 주력 골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미국 역시 아시아계 골퍼 강세의 흐름을 타고 있다. 재미교포 대니엘 강과 안드레아 리, 라오스의 소수민족인 몽족 출신의 메건 캉이 꾸준하게 상위권 문을 두드리고 있고, 베트남계 릴리아 부가 올 시즌 꽃피웠다.

또 릴리아 부와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연장까지 우승을 다퉜던 에인절 인도 중국계다. 공교롭게 5명 모두 여자 골프 세계 50위 이내에 들면서 미국 여자 골프의 간판급 골퍼로 떠올랐다. 오는 9월 열릴 미국과 유럽의 여자 골프 대항전 솔하임컵 미국 대표 경쟁에서도 아시아계 골퍼 4명(릴리아 부, 대니엘 강, 메건 캉, 안드레아 리)이 톱10에 들어있는 상태다.


미셸 위 웨스트는 한동안 아시아계 미국 간판 골퍼였다. [사진 Gettyimages]

조부모, 부모 세대가 미국으로 건너가 어렸을 때부터 골퍼로서 꿈을 키운 아시아계 선수들 대부분은 꾸준한 훈련과 이를 통해 갖춘 탄탄한 기본기로 주니어 시절부터 미국에서 촉망받는 골퍼로 주목받았다. 물론 여자 골프에서 가장 큰 ‘아메리카 드림’ 사례가 있었던 것도 이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됐다. 2000년대 여자 골프 ‘수퍼스타’급 주목을 받았던 미셸 위 웨스트가 대표적이다. 2014년 US여자오픈 우승을 포함해 LPGA 투어 통산 5승을 거뒀던 미셸 위 웨스트는 당당하고 공격적인 스타일로 미국의 간판 골퍼로 떴던 대표 아시아계 골퍼다.

그 뒤를 이어 아시아계 주니어 골퍼들이 하나둘 자리잡은 계기로 연결됐다. 릴리아 부 역시 지난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우승하고서 자신이 롤 모델로 삼았던 선수로 미셸 위 웨스트를 꼽은 바 있다. 릴리아 부는 “항상 주말마다 LPGA 경기가 열리면 미셸 위 웨스트를 지켜봤다. 이제는 LPGA에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많이 있는데 (그 시초에 미셸 위 웨스트가 있어) 정말 멋지다”고 말했다.


이달 초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로즈 장. [사진 Gettyimages]

미국 내 아시아계 골퍼들의 성장은 당분간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아마추어 골프만 봐도 그렇다. 현재 아마추어 무대를 호령하고 있는 미국 골퍼는 중국계 로즈 장이다. 이달 초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로즈 장은 27일 현재 아마추어 여자 골프 세계 랭킹에서 137주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했다. 여자 아마추어 세계 랭킹 시스템이 적용된 이래로 최장 연속 세계 1위 기록을 로즈 장이 냈다.

지난해 NCAA 챔피언십, US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등 각종 주요 아마추어 대회는 물론, 지난해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 아마추어 1위 등 프로 무대에서도 통하는 면모를 보여왔던 로즈 장은 언제든 미국 간판 골퍼로 떠오를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아메리카 드림’을 이루려는 아시아계 여자 골퍼들의 강세는 세계 여자 골프 흐름도 하나둘 바꿀 태세다.

◆ ‘김지한의 골프 담화설록’은 말하고(談) 이야기하고(話) 의견을 전하고(說) 기록하는(錄) 한자 뜻을 모두 담아 골프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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