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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언니들의 뼈 있는 수다와 조언

김두용 기자2015.03.13 오전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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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와 유소연 등 LPGA 언니들이 정글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노하우를 살짝 공개했다. [하이커우=노건우 사진작가]


박인비와 유소연, 최나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다. 이들은 거친 정글을 지배하는 맹수로 오랫동안 살아남은 선배이기도 하다. 3명의 언니들이 LPGA 투어에서 거둔 승수만 24승이나 된다. 지난해 한국 자매들의 우승 소식이 뜸할 때 언니들은 대회 전 함께 식사를 하며 의기투합했다. 골프는 개인 종목이라 뭉치기가 쉽지 않은데 이들은 서로를 밀고 당겨주며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한국은 후반기에 좋은 성적을 내며 주도권을 잡았다.

올해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 LPGA 투어 초반 5개 대회에서 4승을 거두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교포를 포함하면 5연속 우승을 이어가고 있다. 최나연과 박인비도 1승씩 거뒀다. 박인비와 유소연은 “지난해는 후반기에 1승씩 나왔지만 올해는 초반부터 연이어 터지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우승하면 서로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동기부여가 되고 전체의 전투력이 상승하는 효과가 분명 있다”고 설명했다.

3명은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 직전에도 함께 뭉쳤다. 저녁을 먹고 쇼핑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모처럼 여유도 가졌다. 루키들이 봤을 때는 부러운 언니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언니들은 활력과 의욕이 넘치는 동생들이 부럽기도 하다.

언니들은 믿음직한 후배가 대거 합류해서 너무나 뿌듯하다. 박인비와 유소연은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이고, 기술도 좋아서 특별히 조언해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2006, 2009년에 거둔 한국인 한 시즌 최다승(11승)도 무난히 뛰어 넘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박인비는 “이미 한국 선수들이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주도권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선수층이 두텁고 실력이 막강해 어느 국가라도 한국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유소연도 “10승 이상은 거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래도 투어 생활을 오래했던 선배로서 영양가 있는 조언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유소연은 “루키들의 경우 출전할 수 있는 모든 대회에 일단 나가라고 권유하고 싶다. 그래야 코스를 파악할 수 있고, 자신에게 맞는 코스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훈련 패턴의 변화와 시간 배분도 중요하다. 박인비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 투어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한 주를 통째로 골프장에서 지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동 거리도 많아서 체력 관리가 힘든데 연습 라운드를 할 때 18홀을 다 돌지 말고 이틀에 9홀씩 나눠서 치는 게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또 자신에게 어울리는 맞춤형 스트레스 해소법과 컨디션 조절법을 찾아야 한다. 유소연은 “대장정 레이스를 소화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는 게 중요하다. 저 같은 경우는 헬스장에 가서 자전거를 타면서 머리를 식히고 땀을 빼는 게 컨디션 조절 등에 도움이 되는데 각자에게 맞는 해소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인비는 “어려운 얘기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압감과 부담감이 뒤따를 수밖에 없지만 즐긴다라는 마음을 먹으면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언니들은 시즌을 앞두고 ‘루키 중 누가 가장 잘 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러면 “이제 시작이고 투어와 환경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따라 루키들의 성적표가 갈릴 것”이라고 답한다. 둘은 투어 적응력이 가장 빠른 루키로 장하나를 꼽았다. 유소연은 “하나는 먼저 다가가서 친해지려고 하는 외향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다. 틀린 영어라도 거침없이 한다. 어릴 때 미국에서 뛴 적도 있어서인지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것 같고, 영어도 가장 잘 한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언어가 중요하다. 박인비는 "언어를 잘 구사해야 규칙 같은 부분도 정확히 따지고 물을 수 있기에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언니들 수다의 화두는 골프보다는 남자나 스킨, 미용에 집중된다. 유소연은 “나연 언니와 저는 인비 언니가 부러울 때가 정말 많다. 이제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 삶의 방향이 정해진 셈이다. 하지만 우리 둘은 아직 어떤 남자를 만날지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가 불확실하다”고 털어놓았다. 보통 여자들처럼 피부에 좋은 화장품이나 제품이 있으면 서로 공유하고, 선물을 해주기도 한단다. 외모 가꾸기와 미용에 가장 관심이 많은 건 최나연이다. 유소연은 “나연 언니가 가장 여성스럽다”고 했고, 박인비도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언니들의 수다와 존재감은 한국 자매들의 든든한 에너지가 될 전망이다.

하이커우=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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