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의 우승 뒤에는 남편이자 코치인 남기협 프로가 있었다. 투어 프로 출신인 그는 이번 대회 코스를 미리 돌아보고 파 5홀의 공략을 조언해줬다.[사진 골프파일]
박인비의 단일 메이저대회 3연패는 남편 남기협씨와 합작한 전략의 승리였다.
박인비는 대회 개막에 앞서 시간을 두고 웨스트체스터 골프장으로 사전 코스 답사를 갔다가 발목까지 빠지는 '깊은 러프'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는 "그때는 이 코스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파5 홀이 5개나 되는 파73의 코스여서 '파5 홀'에서 정확성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막상 시합장에 와보니 '깊은 러프'가 싹뚝 잘려져 나간 채 세팅돼 있었다. 즉 '장타자'에게 유리한 코스로 바뀌어 있었다. 전략을 수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더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혔다. 그리고는 투어프로 출신인 남편 남기협씨와 그린 언듈레이션(굴곡)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박인비는 장타자들이 2온을 노려 버디 찬스를 만들 때 웨지 샷의 쇼트게임으로 핀에 볼을 바짝 붙이는 전략을 세웠다. 그 전략은 100% 성공을 거뒀다.
박인비는 1~4라운드 총 20개의 파5 홀에서 12개의 버디를 기록해 최종합계 19언더파 가운데 12언더파를 바로 파5 홀에서 수확했다. 마지막날 챔피언 조에서 박인비와 우승을 다툰 김세영도 파5 홀에서만 11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단 1개 차이였지만 결과는 우승과 준우승으로 갈렸다. 그 이유는 반대로 파5 홀에서 잃은 타수가 승부를 갈랐다. 박인비는 단 1타만을 잃은 반면 김세영은 4타를 잃었다.
김세영에게는 5개 홀 모두 2온이 가능한 코스라는 점이 더 화근이었다.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이날 9번홀에서 4퍼트 더블보기는 치명적이었다. 그는 "오늘 인비 언니는 빈틈이 없었다"며 ""내가 욕심을 냈다. 내 골프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전략적 실패를 시인했다.
해리슨(미국 뉴욕) 최창호 기자 ch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