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뤄낸 박인비의 힘의 원천은 가족 사랑의 힘이었다. (왼쪽부터) 남편 남기협프로, 어머니 김성자씨를 비롯해 아버지 박건규씨, 캐디 브레드는 박인비에게 이번 대회 내내 힘을 불어넣어줬다.[사진 이지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상 일곱 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해낸 박인비의 중심에는 가족이 있었다.
3일(한국 시간) 오전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 턴베리리조트에서 막을 내린 브리티시여자오픈. 박인비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올린 이들은 가족이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 아버지 박건규씨를 비롯, 어머니 김성자씨, 남편 남기협 프로와 함께 했다. 박인비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주부터 영국에 들어와 이번 주 대회를 준비해왔다.
대회 날인 아침 박인비는 한국에 있는 할아버지 박병준 옹에게 전화를 했다. 위암으로 투병 중인 할아버지는 박인비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박인비는 "할아버지는 늘 좋은 기운을 불어 넣어주신다. 어제 생신이었던 할아버지와 통화를 하면서 기를 받았다"고 했다.
박인비는 이번 주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추운 스코틀랜드 날씨에 왼쪽 허리 디스크 증상이 도졌다. 지난 주에는 부담감에 샷 감마저 흔들렸다. 둘째 날 강풍 속에 라운드 하면서 1타를 잃고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흔들린 박인비를 잡아준 것도 가족이었다. 박인비는 "인생도 그렇지만 골프는 포기하고 싶을 때가 정말 많은 운동이다. 슬럼프였던 2009년과 2011년에 골프를 그만둘까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그만두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힘든 상황에서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해준 것은 가족이었다. 가족이 있기에 내가 있다. 가족과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가족"이라고 모든 공을 가족에게 돌렸다.
턴베리=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