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으로 4대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박인비. 그러나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우승해야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맞다는 해외 언론의 해석에 그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논란은 그만했으면 한다"고 답했다.[골프파일]
"제가 만약 미국 선수였다면 이런 논란이 생겼을까요?"
4대 메이저 대회를 제패하고도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여부를 두고 논란에 빠진 박인비가 자신의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박인비는 6일 제주도 오라골프장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내가 이룬 것은 분명히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맞다"고 못을 박았다.
앞서 박인비는 3일 스코틀랜드 턴베리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에서 끝난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4개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생각지도 못한 논란이 붉거졌다. 미국, 영국 등 해외 언론들이 그랜드슬램은 "모든 메이저 대회를 제패하는 것"이라며 박인비의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을 커리어 그랜드슬램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랜드슬램의 사전적 용어는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 그러나 LPGA 투어의 경우에는 다소 복잡하다. LPGA 투어 그랜드슬램의 사전적 용어는 2013년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다.
LPGA 투어는 지난 2013년 제 5의 메이저인 에비앙 챔피언십을 만들면서 그랜드슬램에 대한 해석을 바꿨다. 5개 메이저 대회 중 4개 대회를 제패하면 그랜드슬램, 5개 메이저 모두를 제패하면 '슈퍼 그랜드슬램'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골프채널, ESPN 등 해외 주요 언론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SPN은 5일자 사설에서 "박인비의 메이저 일곱 번째 우승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려면 9월 에비앙 챔피언십을 제패해야 한다"고 했다.
박인비는 이에 대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인비는 "내가 프로로 데뷔했을 때는 메이저 대회가 4개였고, 2013년에 에비앙 대회가 메이저로 승격되면서 도중에 5개가 됐다. 나도 처음엔 5개 다 우승해야 진정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다면 4개를 우승해 그랜드슬램을 이룬 레전드급 선수들은 다시 에비앙에서 우승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 4개 대회 우승이었다면 지금도 4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2012년 우승했던 에비앙 대회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박인비는 "나는 에비앙에서 2012년에 우승한 경험이 있다. 장소도 같고, 상금도 차이 없다. 에비앙 대회에 가면 챔피언 대우를 받고, 현존 메이저 대회의 것과 똑같은 트로피가 집에 있다"며 "물론 오는 9월 에비앙 대회에서 다시 우승한다면 이런 논란을 잠재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폴라 크리머, 스테이시 루이스, 미셸 위 같은 미국 선수들이 나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에비앙을 이전에 우승했으니 진정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으로 봐야 한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비는 에비앙 챔피언십이 메이저 대회로 승격되기 1년 전인 2012년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그 때는 메이저 대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메이저 우승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박인비는 논란에 대한 섭섭한 감정도 잠시, 골프 여제답게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박인비는 "모든 논란을 잠재우려면 에비앙에서 우승하면 좋겠지만, 그게 내 최대 목표는 아니다"며 "가장 큰 목표는 세계 명예의 전당과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골프를 하면서 내 이름이 골프를 하는 사람들에게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다"고 했다.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