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해진 연습 그린 위에서 남편 남기협씨와 퍼트연습하는 박인비. [사진 성호준 기자]
마지막 홀 박인비의 두 번째 샷은 자로 잰 듯 홀쪽으로 날아가 핀에 직접 맞았다. 그만큼 정교했다. 공은 홀 1.5m 정도 옆에 섰다. 박인비에게는 쉬운 버디 기회였다. 그러나 들어가지는 않았다. 박인비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박인비는 16번홀에서도 넣어야 할 퍼트를 넣지 못했다.
5개 메이저대회 석권인 슈퍼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박인비는 12일 새벽(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르벵의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둘째날 2타를 줄였다. 중간합계 1언더파 공동 20위다. 9언더파 선두 이미향과는 8타 차다. 박인비는 “예상보다 선두권 성적이 좋아 많이 도망갔고 간격이 벌어졌다. 부지런히 쫓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우승 스코어가 12~13언더파 정도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만약 우승스코어가 13언더파라면 박인비로서는 이틀 연속 6언더파 65타를 쳐야 쫓아갈 수 있다.
1라운드 1오버파로 부진했던 박인비의 2라운드 출발은 좋았다. 4, 5번 버디, 8, 9번 홀 또 버디였다. 4타를 줄여 3언더파까지 갔다. 그러나 10번 홀에서 보기가 나왔고 11번 홀에서는 더블보기였다. 2홀에서 3타를 잃었다.
박인비는 “10번홀에서는 쉬운 어프로치를 실수했고 11번 홀에서는 티샷이 러프로 들어갔는데 흙이 묻어 운이 나쁜 점도 있었고 세 번째 플롭샷의 거리 컨트롤이 좋지 못해 가지 않아야 할 곳(벙커)으로 갔다”고 말했다.
기회가 더 있었으나 16번홀과 18번홀에서 짧은 퍼트를 넣지 못해 추격이 주춤했다. 박인비는 경기 후 “짧은 퍼트 실수가 많았다. 쉽게 5~6언더파를 칠 수 있는 샷감이어서 더 아쉽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다른 골프장은 4번 정도 가면 대충 코스를 아는데 이 골프장에는 8번째 인데도 아직도 헷갈리는 부분이 많다. 여기서는 그린이 경사가 많고 어려워서 두 번째 샷을 할 때도 야디지 북을 보고 떨어뜨려야 할 곳을 찾아야 한다. 어렵다”고 말했다.
핀이 어렵게 꽂히고 날씨가 나빠질수록 이변이 많이 생기고 쫓아가는 선수가 유리하다. 그러나 에비앙에 비가 오기는 해도 강풍을 동반한 악천후는 많지 않다. 박인비는 어려운 길을 가야 한다.
박인비는 경기 후 어둑해진 연습 그린에서 남편이자 코치인 남기협씨와 함께 퍼트연습을 했다. 슈퍼 그랜드슬램을 위해서는 3, 4라운드에서 박인비 특유의 신기의 퍼트가 나와야 한다.
에비앙=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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