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와 박인비는 올 시즌 LPGA 투어와 JLPGA 투어에서 코리언 시스터즈의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다. [골프파일, 르꼬끄]
미국과 일본무대에서 코리언 시스터즈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 7월까지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자매들의 기가 매서웠다. 한국은 19개 대회에서 11승을 올리며 승승장구했고, 박인비의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으로 결국 한 시즌 최다인 12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8월 이후 열린 7개 대회에서 빈손이다. 반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의 한국 자매들은 7월까지 7승을 수확하며 무난한 성적을 올리다 8월 이후 6승을 챙기며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양대 투어에는 코리언 시스터즈의 에이스가 있다. LPGA 투어는 박인비, JLPGA 투어는 이보미가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인비는 메이저 2승을 포함해 4승, 이보미는 5승을 수확하고 있다. 이보미는 상금왕, 올해의 선수 포인트 등 각종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박인비는 1위를 달리다 최근 리디아 고의 매서운 기세 탓에 2위로 내려앉았고 도전자 입장이 됐다. 이보미는 테레사 루(대만)와 나란히 5승씩을 챙겼지만 주요 부문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LPGA 투어에서 최근 한국 선수들의 우승 소식이 뜸한 건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먼저 리디아 고의 압도적인 경기력이다.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선 리디아 고는 최근 5개 대회에서 3승을 기록했고, 4위 밖으로 밀려난 적도 없다. 박인비도 못한 게 아니다. 박인비도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포함해 최근 5경기에서 우승을 포함해 톱10 3회를 기록했고, 15위 밖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다만 스윙 교정과 퍼터 교체 후 적응기를 거쳐야 했던 리디아 고는 ‘골프 천재’라는 수식어답게 무결점의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최연소 메이저 우승을 달성한 뒤 자신감이 더 오른 모습이다. 또 시즌 중반 29라운드 연속 언더파 행진을 했을 때보다도 더 견고한 플레이를 최근에 펼치고 있고, 성적도 더 좋다. 최근 5경기 20라운드에서 이븐파를 2번 기록했을 뿐 모두 언더파 행진이다. 평균 스코어는 67.35타로 매우 낮다.
두 번째로는 한국 신예들의 부진을 들 수 있다. 김세영과 김효주 등 루키들의 초반 기세가 무서웠다. 김세영이 2승을 거뒀고, 김효주도 JTBC 파운더스컵에서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은 후반 들어 좀처럼 리더보드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톱10에서도 이들의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다. 체력이 떨어진 탓에 시즌 초반처럼 견고한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또 최나연의 공백도 아쉬움을 남겼다. 최나연은 올 시즌 개막전을 포함해 2승을 거두며 부활했지만 허리 통증으로 한 달간 개점 휴업하면서 흐름이 끊겼다. 지난해 2승을 올렸던 이미림 등도 우승이라는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다.
JLPGA 투어에서는 에이스 이보미를 뒷받침하는 자원이 있다. 안선주와 신지애는 항상 우승후보로 꼽히고 최근에는 베테랑 이지희도 ‘맏언니’ 역할을 하고 있다. 이지희는 지난 주 노부타그룹 마스터스 레이디스에서 정상에 오르며 올 시즌 2승째를 거뒀다. 지난 달 20일 끝난 먼싱웨어 레이디스 도카이 클래식에서는 올해 일본무대의 루키 김하늘이 첫 승을 올리기도 했다.
물론 LPGA 투어와 JLPGA 투어 선수들의 기량 차가 있고, 선수층도 차이가 난다. 승수를 기준으로 두 투어를 비교하는 건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건 판도 변화다. 한국이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이미 한 시즌 최다승을 달성했지만 최근 흐름은 리디아 고와 미국에 뺏겼다. 전반기에 부진했던 미국은 후반기 7개 대회에서 3승을 챙기고 있다. 리디아 고도 똑 같이 3승을 올렸다. 리디아 고의 독주 분위기를 한국 선수들이 깨고 다시 흐름을 가져올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29일부터 중국 하이난에서 시작된 블루 베이 LPGA에서 한국이 분위기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골프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JLPGA 투어에서는 지난 주 이지희-안선주-이보미가 1~3위를 싹쓸이 하는 등 한국 선수들이 흐름을 타고 있다. 올 시즌 LPGA 투어와 JLPGA 투어의 공동 주관으로 열리는 토토 재팬 클래식을 포함해 5개 대회가 남았는데 지난해 15승을 뛰어 넘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현재 이보미 5승, 전인지 2승, 이지희 2승, 신지애 2승 등을 합해 13승을 거두고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