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더슨의 키는 1m62cm, 드라이버 샤프트 길이는 1m22cm다.
캐나다의 10대 천재 골퍼로 꼽히는 LPGA 투어 선수 브룩 헨더슨(19)이 48인치(약 1m22cm) 샤프트를 끼운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R&A의 규정이 허용하는 최대치 샤프트다. 일반적으로 드라이버 샤프트 길이는 45인치 전후다. 헨더슨의 드라이버 길이는 이보다 약 7.6cm 길다.
지난해 평균 253야드의 드라이브샷을 날렸던 헨더슨은 긴 드라이버를 쓰는 올해 평균 278야드의 기록을 내고 있다. 두 대회만을 치른 시즌 초반이어서 샘플 표본이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차이다.
2016년 개막전 바하마 클래식에서 헨더슨은 LPGA 투어 최장타자 중 하나인 렉시 톰슨(21·미국)과 함께 경기했는데 거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두 번째 경기인 코츠 챔피언십에서 헨더슨은 장하나에 이어 2위를 했다.
헨더슨은 “올해 성적이 좋은 이유는 거리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비해 10야드 이상, 정타를 치면 15야드 이상 더 간다. 어릴 때부터 드라이버를 똑바로 쳤기 때문에 정확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거리를 얻는 게 낫다”라고 했다.
헨더슨은 원래 긴 샤프트를 썼다. 신장 162cm로 선수 치고 키가 큰 편이 아니어서 거리를 내기 위해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긴 드라이버를 쓰게 했다. 지난해에는 47.25 인치 샤프트를 이용했다.
샤프트가 길어질수록 헤드스피드가 빨라지지만 정확히 맞힐 가능성이 줄어든다. 골프에서 가장 긴 골프 샤프트는 6m25cm였는데 기네스북 등재용에 불과했다. 너무 길어 제대로 스윙도 못했다.
2004년 최대 48인치로 제한하는 샤프트 규정이 나오기 전엔 52인치짜리 샤프트를 쓴 선수도 있긴 했다. 그러나 극히 일부였다.
10년 전 골프 용품업체들의 PGA 투어 선수 대상 분석결과, 샷 평균 거리는 샤프트 길이 44인치가 가장 길었다. 긴 샤프트를 쓰면 더러 아주 멀리 나가는 것도 있었지만 평균값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후 헤드의 관용성이 높아지면서 이상적 샤프트 길이는 조금 더 길어졌다.
그래도 45인치 전후다. 핑골프 우원희 팀장은 “남성 선수들은 45인치가 넘는 긴 클럽을 쓰는 선수가 드물다. 헤드스피드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정확히 맞히지 못하면 멀리 벗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타자로 유명한 제이슨 데이는 44.75인치, 더스틴 존슨은 45인치, 랭킹 1위 조던 스피스는 45인치 드라이버를 쓴다.
반면 여성 선수들은 대부분 45인치 혹은 이보다 약간 긴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헤드스피드가 남자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려 스위트스폿에 맞히지 못해도 좌우 편차의 폭이 적어서다.
피팅업체 쿨클럽스 코리아의 신재호 대표는 “샤프트가 1인치 길어질수록 헤드 스피드가 시속 2마일(약 3.2km) 정도 늘어나지만 손해 보는 것도 많다. 샤프트 길이와 정확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놓고 가장 효율적인 교차점을 찾아야 한다”면서 “아마추어용 샤프트 길이는 45인치가 적당하다”라고 했다.
일부 용품 회사는 실제 표시된 길이 보다 4분의1인치 정도 더 긴 샤프트를 끼운다. 주말 골퍼들은 안정성이 떨어지더라도 그날 가장 잘 맞은 한 방, 이른바 ‘오잘공’의 거리를 자기 거리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라고 한다. 역시 한 방이 중요한 전문 장타 대회 출전 선수들은 48인치가 넘는 것도 쓴다.
그래도 48인치는 투어 프로는 물론 일반인에게는 버겁다. 헨더슨은 48인치 드라이버를 잘 치지만 1인치 이상 짧게 잡는다. 2012년 코브라에서 48인치 드라이버를 내놨으나 잘 안 팔렸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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