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이 여자로는 세계 최장 1위 남녀 통합은 3위에 올랐다
고진영(27)이 이번 주에 롤렉스 세계 여자골프랭킹 1위 자리를 159주간 가장 오래 지킨 선수에 등극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27일(한국시간)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고진영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기록을 경신했다면서 고진영의 소감을 전했다. “로레나와 같은 선상에서 내가 여러 사람에게 언급되는 것이 영광이다. 이 점에 행복하지만, 또한 겸손해진다. 로레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어 큰 영광이다.”
고진영은 지난 2017년 한국에서 열린 KEB하나은행챔피언십 우승으로 미국 LPGA투어행을 결정했다. 이후 2019년 3월의 파운더스컵에 이어 4월8일 메이저인 ANA인스퍼레이션을 우승하면서 처음 세계 1위에 등극했다. 그해는 박성현(29)와의 랭킹 경쟁을 벌이다가 두번째 메이저인 에비앙챔피언십을 우승하면서 다시 정상을 밟았다.
이후 넬리 코다(미국), 아타야 티띠꾼(태국), 리디아 고(뉴질랜드)와의 정상 쟁탈전을 꾸준히 벌이다가 파운더스컵에서 시즌 2승을 거두고 지난 5월22일 다시 정상에 올라 6주를 지켰다. 물론 그 사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8주간 대회가 열리지 않은 기간도 있었으나 랭킹 1위는 그때를 포함해 지킨 것으로 공인된다.
고진영은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하며 1위를 탈환했다 [사진=LPGA 게티이미지]
LPGA투어 메이저 2승에 통산 15승을 쌓은 고진영은 이로써 여자 골퍼 중에는 앞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현재 포인트 역시 코다보다는 1점차 이상 앞서 있어 그의 최장 정상 정복자로의 기간은 매주 역사의 기록이 될 것이다.
현재 리디아 고가 125주로 3위, 쩡야니(대만)에 이어 박인비가 106주이고 원조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60주간의 세계 정상 유지 기간을 기록하고 있다.
남녀 통합 랭킹에서 본다면 고진영은 역대 1위인 타이거 우즈(683주)와 2위 그렉 노먼(331주)의 기록은 아직 넘볼 수 없으나 당당히 3위를 차지하게 됐다. 남자 중에 3위인 리브골프 소속 더스틴 존슨(미국)의 134주간 1위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122주로 맹렬하게 따라붙고 있다.
역대 남녀 세계 1위 유지 기간
현역 중에서 역대 50주간 이상 1위를 유지한 선수로는 존 람(스페인)이 추가되면서 총 16명으로 늘었다. 람은 지난 4월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이래 5월20일까지 52주간 정상을 지켰다. 이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1위를 탈환했다. 셰플러는 42주간 정상을 지키고 있다.
고진영이 세계 정상을 오래 지킬 수 있는 저력은 국내에 머물던 선수가 세계 최고의 여자 투어 무대인 LPGA투어에서 우승한 뒤 용감하고 과감하게 도전해서 성취한 데서 나온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초기 정착기, 언어 장벽도 높은 미국에서 여러 주를 돌아다니면서 투어 생활을 유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대회도 늘어나고 상금도 많아지면서 해외 투어를 나가지 않으려는 선수가 많다. KLPGA투어 집행부는 국내에서 열리는 LPGA투어를 ‘비공인 대회’으로 규정하고 선수를 못 나가게 막는 등 인기 선수들을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행태를 보인다.
‘우물안 개구리’를 양산할 우려를 낳는 여자 투어 환경에서 고진영은 경이적인 성공 사례다. LPGA투어는 KLPGA투어보다 상금도 4배 이상에 우승 포인트도 많으며 국제 스포츠계에서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골프를 직업으로 선택한 프로 선수가 더 큰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협회는 엘리트 선수들의 진로를 적극 열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