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동료 찰리 헐이 컨디션 난조로 기권하면서 홀로 경기를 치른 멜리사 리드. 일본의 노무라 하루, 미야자토 미카에게 1홀 차로 패했지만 그는 지고도 큰 박수를 받았다.[LPGA]
23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인근 메리트 골프장에서 열린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둘째 날 경기.
첫날 2전 전승으로 분위기가 좋았던 잉글랜드는 이날 분위기가 침울했다. 에이스 찰리 헐이 컨디션 난조로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헐은 이날 대회장까지 나왔지만 바이러스 감염과 천식 증세로 엠블란스를 타고 경기장을 떠났다.
첫날 헐과 짝을 이뤄 승리를 거둔 멜리사 리드는 이날 혼자 출발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2승을 거둔 일본의 에이스 노무라 하루, 미야자토 미카를 상대로 홀로 싸운 리드는 두 명이 각자 공을 친 뒤 더 나은 스코어를 채택하는 포볼 경기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
9번 홀까지 버디 1개와 보기 1개를 기록한 리드는 일본팀에 1홀 차로 끌려 갔다. 11번 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한 일본에게 다시 1홀을 내주면서 패색이 짙어 보였다.
그러나 12번 홀부터 리드의 원맨쇼가 시작됐다. 12번 홀 버디로 1홀을 만회한 리드는 13번 홀(파4)에서 샷 이글로 승부를 올 스퀘어로 만들었다. 14번 홀(파3)에서도 6m 버디를 잡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리드는 이 홀에서 미카의 3m 버디로 홀을 비기긴 했지만 계속 몰아부쳤다.
리드는 17번 홀(파4)에서 노무라 하루의 버디로 다시 1홀 차로 뒤지고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18번 홀(파4)을 반드시 이겨야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기어이 7m 가량의 버디를 홀에 집어넣자 경기장에서는 환호성이 쏟아졌다.
노무라 하루가 2m 이내 짧은 버디를 잡으면서 결국 1홀 차로 패했지만 리드는 지고도 승자보다 더 큰 박수를 받았다. 리드는 "혼자 경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연히 내가 이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7, 8명이 아니라 두 명과 싸우는 거야'라고 주문을 걸었다. 14번 홀에서 버디를 잡았을 때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상대 선수들이 너무 잘 했다. 마지막 3개 홀에서 버디-파-버디를 하고 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에서 활동 중인 리드는 오뚝이 같은 선수다. 2007년 투어에 데뷔한 그는 통산 5승을 거뒀다. 상금왕은 못했지만 2011년과 지난 해 등 두 차례 상금랭킹 2위까지 올랐다.
리드는 2012년에 큰 시련을 겪었다. 어머니 조이가 독일 뮌헨에서 열린 자신의 경기를 보기 위해 왔다가 교통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를 잃은 뒤 슬럼프에 빠졌던 리드는 지난 해 상금랭킹 2위에 오르면서 다시 일어섰다. 리드는 "골프는 물론이고 삶에 있어서도 긴장감이 큰 상황에서 내 안에 알 수 없는 힘이 생긴다. 올해는 물론 최근 몇 년간 어려운 상황이 많았는데 오늘 경기를 하면서 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잉글랜드팀은 세 명이 싸우고도 선전했다. 이날 1무1패로 승점 1점을 보태면서 B조 1위(승점 5점)에 올랐다. 리드는 "바로 찰리 헐을 보러 가야겠다. 내일은 헐의 상태가 나아져 출전해주기를 바란다"고 웃었다.
JTBC골프에서 사흘 째 포볼 매치 경기를 24일 오전 3시45분부터 생중계한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