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이 빠른 그린에 고전하며 지난해 대회 1라운드보다 10타를 더 쳤다. [사진 KLPGA]
“지난해 그린과는 전혀 다르네요.”
‘대세’ 박성현이 지난 해와 다른 그린에 고전하며 1년 전 1라운드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냈다. 박성현은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버디 4개를 잡았지만 보기 2개, 더블 보기 1개로 이븐파를 쳤다. 7언더파 선두 앨리슨 리와는 7타 차 공동 30위에 머물렀다.
박성현은 지난해 1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몰아치며 선두 경쟁을 펼쳤다. 나흘 내내 선두권을 달린 끝에 렉시 톰슨(미국)에 이어 준우승을 했다. 하지만 올해 1라운드에서는 10타나 더 쳤다. 박성현은 “그린이 지난 해와 달리 단단하고 빨라서 퍼트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날 그린 스피드는 3.2~3.45m로 빠르게 세팅됐다. 박성현은 이날 27개의 퍼트 수를 기록했다.
힘이 좋은 박성현은 공에 스핀을 많이 걸어 그린을 공략하는 유형이다. 그러나 이날은 그린 위에서 스핀이 거의 걸리지 않았다. 그는 “티샷은 괜찮았는데 아이언 샷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딱딱한 그린에 스핀이 안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박성현은 평균 드라이브 샷거리 278.5야드로 특유의 장타를 날렸다. LPGA 투어 장타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렉시 톰슨(미국)의 287야드와 비슷한 거리를 냈다. 그러나 티샷을 멀리 보내고도 그린을 8번이나 놓치면서 버디 기회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
박성현은 2번 홀 첫 버디 후 5번 홀에서도 7m 버디를 낚으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8번 홀(파3) 더블보기가 못내 아쉬웠다. 티샷이 오른쪽 러프에 떨어졌고, 두 번째 웨지 샷은 반대편 러프로 넘어갔다. 세 번째 샷을 핀 2m에 붙였지만 보기 퍼트가 홀을 외면해 더블 보기를 벌어내면서 벌어뒀던 타수를 다 잃었다. 박성현은 “8번 홀 실수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도 머릿속에 있다”고 곱씹었다.
박성현은 후반에는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맞바꿨다. 그는 “그린 스피드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 속도를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부분을 보완해서 2~4라운드를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라운드 전략에 대해서는 “우선 페어웨이를 지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 아무래도 러프가 길기 때문에 아이언 샷이 더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성현은 전인지,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와 함께 구름 갤러리 속에서 경기를 했다. 전인지는 이븐파를 적어냈지만, 리디아 고는 3오버파 공동 63위로 부진했다. 박성현은 “같이 많이 쳤던 친구들이라 즐겁게 플레이를 했다”고 말했다. 박성현과 전인지는 한 달 전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챔피언 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친 바 있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