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이 25일 밤부터 시작되는 LPGA투어 볼빅 챔피언십에서 시즌 2승째를 겨냥한다. [볼빅 제공]
김세영(미래에셋)은 멕시코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만끽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의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줄리 잉크스터(미국),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박세리와 우승 순간을 함께 한 것. 25일 LPGA투어 볼빅 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미시건 주 앤아버 트래비스 포인트 골프장에서 만난 김세영은 “명예의 전당 헌액자들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어서 더 없이 큰 영광이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전설을 가까이서 지켜본 김세영은 자신만의 화법으로 느낌을 전했다. 그는 ‘맏언니’, ‘엄마’, ‘신비로움’, ‘현역’이라는 말을 빌려 전설들을 흥미롭게 표현했다. 우선 박세리에게는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박세리 프로님이 함께 있어서 긴장하지 않을 수 있었다. ‘맏언니’처럼 듬직하게 옆에서 지켜줘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세리라는 든든한 지붕은 한국 선수들에게 언제나 큰 힘이 된다.
김세영은 소렌스탐을 ‘신비로움’으로 표현했다. LPGA투어 통산 72승(최다승 3위)을 챙긴 소렌스탐은 여자 골퍼로는 최초로 59타를 적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어딘가 모르게 신비로움이 있는 것 같다”며 우러러 봤다. 2016년 파운더스컵에서 소렌스탐과 같은 27언더파 LPGA 최소타 타이 기록을 썼던 김세영은 “소렌스탐이 자신의 SNS를 통해 축하해줘서 기뻤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오초아에게는 ‘현역’이라는 표현을 붙였다. 김세영은 “아이 3명를 낳은 엄마라곤 믿어지지 않는 몸매를 지녔다. 현역보다 더 현역 같은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오초아는 멕시코 항공사인 에어로멕시코 CEO인 안드레스 코네사와 가정을 꾸렸고, 2011년 12월 첫 아들 페드로에 이어 2013년 11월 딸 줄리아를 출산했다. 2016년엔 아들 디에고를 낳았다.
잉크스터는 ‘엄마’라고 불렀다. 그는 “잉크스터는 푸근한 엄마 같은 느낌이다. 실제 저희 엄마보다 나이가 많기도 하다”고 말했다. 잉크스터는 김세영의 아버지 김정일(55) 씨보다도 2살이 더 많다.
행복한 순간을 간직하고 있는 김세영은 최근 컨디션이 좋다. 최근 2경기에서 우승-5위를 차지하는 등 상승세다. 그는 “최근 감이 좋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얼마든지 우승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트래비스 포인트 골프장은 코스 전장이 길다. 또 지난해 6709야드에서 6734야드로 길어졌다. 김세영은 “파 5홀 짧은 편이기 때문에 잘 공략해서 스코어를 줄여야 한다. 장타자에게 이점이 있는 코스”라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핀 공략을 예고하기도 했다. 김세영은 “지난해 그린이 딱딱했는데 올해는 부드러워졌다. 대회 전부터 비가 왔기 때문에 더 부드러워질 것 같다”며 “그렇기 때문에 핀을 보고 샷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나 많은 버디를 낚을 수 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세영이 올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바로 평균 타수. 그는 “평균 타수가 중요하기 때문에 매 대회가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기복 있는 플레이’가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하는 김세영이 가장 원하는 상이 어쩌면 최저타수상일 것이다. 세계랭킹 1위 등극도 목표다. 그는 현재 세계랭킹 8위에 올라 있다. 자신감을 끌어 올리고 있는 김세영은 세계 1위 등극 시점을 묻자 “커밍 순(coming soon)”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김세영은 브룩 헨더슨(캐나다),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25일 밤 9시10분부터 라운드를 펼친다.
JTBC골프는 볼빅 챔피언십 1라운드를 26일 오전 5시30분부터 생중계한다.
앤아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