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하고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은 높은 코스 난이도로 악명이 높다. [JTBC골프 박진열]
“지금껏 접해 본 코스 중 가장 어렵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6승을 올린 김세영(24·미래에셋)의 솔직한 평가다. 14일(한국시간) 오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개막한 US여자오픈은 엄청난 인내와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까다로운 세팅으로 악명이 높은 미국골프협회(USGA)가 두 자릿수 언더파 우승자가 탄생할 수 없도록 난이도를 조절했다는 평가다. 올해 72회째를 맞은 US여자오픈에서 두 자릿수 언더파 챔피언은 단 3차례(1997·1999·2004)에 불과했다.
김세영은 “바람이 불든 불지 않든 코스 난이도가 똑같이 어려울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메이저 2연속 우승을 겨냥하는 재미동포 다니엘 강(25)은 “3번 돌았는데 어려운 코스 탓에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은 전장도 6732야드로 길다. 난이도를 뜻하는 코스 레이팅이 80.4에 달한다. 평균 72타를 치는 골퍼가 80.4타를 친다는 의미로 그만큼 난이도가 높은 코스다. 슬로프 레이팅도 평균 113보다 훨씬 높은 153이다.
링크스 코스처럼 딱딱하고 그린은 넓다. 가운데가 우뚝 솟은 포대 그린이라 공략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러프까지 거칠다. 선수들이 “러프에 들어가면 자동 보기”라고 입을 모을 정도다. 아이언 샷과 퍼트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3승을 챙기며 독주 체제를 갖추고 있는 김하늘은 “세컨드 샷이 굉장히 중요한 코스다. 그렇기 때문에 코스 매니지먼트를 확실히 해야 한다. 코스가 길기 때문에 롱아이언이나 유틸리티를 많이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어프로치 샷도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코스는 파가 버디처럼 느껴질 정도로 보기를 적지 않는 게 최우선 과제다. 그래서 그린을 놓치거나 러프에 빠진 후 어프로치 샷을 정교하게 해야만 보기를 피할 수 있다. 김하늘은 “실수를 하더라도 어느 쪽으로 해야 파세이브가 가능한지 잘 파악해야 한다. 러프에 빠지면 끊어 가야 하는 상황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 그래서 웨지 샷이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내셔널 18번 홀 전경. 우측에 워터해저드가 포진해 있는 데다 포대 그린이라 세컨드 샷 공략이 어려운 홀이다.
지난주 휴식을 취하며 대회를 준비했던 박성현(24·KEB하나은행)은 “쉬면서 어프로치 연습을 많이 했다. 그린 미스 시 어프로치가 중요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박인비는 “그린이 굉장히 크고 빠르기 때문에 3퍼트가 쉽게 나올 수 있는 코스”라며 퍼트를 관건으로 꼽았다.
14일 1라운드에서는 전날 내린 비로 인해 그린이 부드러워져 좋은 스코어가 나왔다. 핀 위치가 그렇게 까다롭지 않아 무더기 언더파가 쏟아졌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핀 위치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베드민스터=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