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라운드에서 샷을 하고 있는 최혜진. 16번 홀의 더블보기로 박성현에 2타 차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그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기분 좋게 끝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된 것 같아요."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US여자오픈. 16번 홀(파3)에서 나온 통한의 더블보기로 박성현에 2타 차 준우승을 차지한 아마추어 최혜진은 눈물 대신 미소를 보였다.
최혜진은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 펑샨샨에 1타 차 공동 2위에 올라 이번 대회 최고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1967년 대회에서 우승한 캐서린 라코스테(프랑스) 이후 50년 만에 아마추어 우승자 탄생을 기대하게 했다.
최혜진은 최종일 15번 홀까지 박성현과 공동 선두를 달리며 우승컵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그러나 파3홀인 16번 홀에서 나온 이날의 유일한 실수가 그의 꿈을 무산시켰다. 홀까지 144야드 거리를 계산해 친 7번 아이언 샷이 그린 오른 쪽 해저드에 빠지면서 더블보기를 범한 것. 최혜진은 "컨트롤 샷을 했는데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그런 미스 샷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좀 일찍 나온 게 아니라 우승 경쟁 중인 상황에서 나와 아쉬웠다"고 말했다.
더블보기에 발목이 잡혀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최혜진은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것이 훨씬 많은 듯 했다. 최혜진은 "아마추어로서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조금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주에 한타, 한타의 소중함은 물론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골프 인생에서 다시 겪을 수 없는 엄청난 경험을 한 대회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펼친 배짱있는 플레이는 그의 멘탈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었다. 최혜진은 "다시 16번 홀로 돌아간다해도 7번 아이언을 잡을 것이다. 다만 왼쪽으로 조금 더 안전하게 쳤을 것"이라며 "17번 홀 티잉 그라운드로 걸어갈 때 속이 상했지만 이미 지나간 샷이니 잊고 마무리를 잘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
마지막 18번 홀(파5) 3m 버디로 허미정과 유소연 등을 1타 차로 따돌리고 단독 2위를 한 최혜진은 일주일 사이 한뼘 더 성장한 듯 했다. 최혜진은 "미국 대통령의 응원도 받고 많은 갤러리 속에 한 주 동안 즐거운 경험을 했다. 이번 대회를 하면서 LPGA투어에 빨리 와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결하고 싶어졌다"고 웃었다.
베드민스터=김두용기자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