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으니 LPGA투어는 인재가 글로벌 슈퍼스타로 성장하는 무대입니다.”

몰리 마르쿠 사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커미셔너는 지난 22일 경기도 파주 서원힐스에서 열린 BMW레이디스챔피언십 대회 파이널 라운드에서 JTBC골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LPGA투어의 가능성과 선수들, 스폰서, 팬 등의 테마에 대해 밝혔다.

“한국에서 골프 대회는 맛있는 음식, 열정적인 팬덤, 큰 골프 시장, 골퍼의 수준이 높아서 마치 큰 축제같습니다.” 지난해 원주 오크밸리에서 처음 한국을 찾았고 이번이 두번째라는 몰리 커미셔너는 한국에서 감명받았다고 했다. 올해는 JTBC골프의 시사토크프로그램 ‘클럽하우스’를 위해 특별히 시간을 내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깊은 속내를 털어놨다.

2021년 고진영 올해의 선수상 수상[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LPGA투어의 규모와 성장
최근 몇 년간 급증하는 LPGA투어의 상금 규모가 놀랍다. 2021년 총 29개 대회 6900만 달러이던 총상금이 지난해 대회수 32개로 늘었고 상금은 9300만 달러로 늘었다. 올해 대회수는 그대로이나 상금은 35% 이상 증액됐는데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
“올 시즌 메이저는 이전보다 80%, 비 메이저는 45%의 상금이 증가해 총 1억800만 달러로 열린다. 특정 대회 한두 개 상금이 늘었다기보다는 전체적인 경향이다. 나라마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경쟁하는 것이 글로벌 스폰서와 후원사들이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했다. 여성의 가치, 스포츠의 재미가 서로 통했다. 그래서 특정 시장에 머물지 않고 세계 시장을 지향하는 기업이 우리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한다.”

코로나19 이후로 본격적으로 아시안스윙이 돌아왔다. 봄에는 내년에 중국이 추가되면 태국, 싱가포르 3개국이고, 가을에는 중국, 한국, 말레이시아, 일본 4개국인데 어떤 차이가 있나?
“계절 외에 차이는 없다. 시즌과 코스 상태와 일정에 맞춰 나라마다 최고의 환경에서 경기하는 것은 똑같다. 골프의 인기가 높은 아시아 나라들을 돌아다니면서 선수들은 색다른 문화, 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것을 즐긴다.”

아시안스윙을 치르는 국가 중에 특별히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
“팬클럽들이 열광적으로 응원한다. 한국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도 너무나 잘 알고, 용품과 골프 패션 시장도 크다. 대회 기간에는 맛난 음식과 좋은 환경이 마치 축제같은 느낌이다. 특히 갤러리의 패션도 어느 나라보다 화려해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

엡손투어에서 내년 LPGA 출전권 얻은 전지원과 함께 [사진=LPGA]

투어에서의 한국 선수들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가 25명 내외인데 혹시 한 번에 구분할 수 있나?
“한국 선수들은 모두 기량이 뛰어나고 정말 열심히 연습하는 선수들이다. 박세리에서 시작해 박인비, 고진영, 이정은6, 김효주, 유해란 모두 최고의 선수들이고 똑똑하며 연습을 많이 하고 훌륭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최근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의 우승이 줄어들고 있다. 한국프로골프(KLPGA)가 성장해서 LPGA투어로 갈 필요가 없다는 선수도 있는데 그런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한국 선수들이 못해서가 아니라 지금 LPGA투어는 그만큼 잘하는 선수들이 더 많아졌다. 한국 선수들만큼 재능을 가졌고, 엄청나게 연습하는 선수들도 많아졌다. 그래서 상금도 점점 더 커지고 글로벌 기업들이 대회를 키우는 환경이 잘 구축되어 있다. 슈퍼스타로 성장하기 위한 좋은 플랫폼을 갖췄으니 많이 오시라.”

반대로 KLPGA에서 잘하고 있는 것과 이를 통해 참고하거나 배울 점을 꼽자면?
“정말 뛰어난 선수들을 계속 배출한다는 점이다. KLPGA에서 LPGA투어로 온 선수들은 적응기간이 필요없을만큼 이미 모든 것을 갖추고 온다. 그래서 바로 우승 경쟁을 한다는 건 그만큼 인재 육성을 열심히 잘한다는 것이다.”

올해 한화인터내셔널크라운 조인식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폰서와 골프팬
한국 기업들은 LPGA투어에서 중요한 후원사다. 올해 신설된 한화인터내셔널크라운, 롯데챔피언십, 디오임플란트LA오픈, BMW레이디스챔피언십 등인데 이들은 어떤 혜택을 얻었나?
“다시 말하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두 있다. 그리고 그들의 경기력은 놀랄만큼 뛰어나다. 그 자체가 최고의 무대다. 요즘 앞선 기업들이 강조하는 가치는 여성, 스포츠인데 무려 175개국에 우리 투어가 중계된다는 건 세계 무대에 알리는 수단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 중에서 LPGA투어 대회를 열어야 할 후원사는 어떤 곳일까?
“투자대비수익(ROI)가 높다. 세계 1위부터 상위권 여자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는 자체가 최고라는 방증이다. 또한 프로암 행사를 통해 초대된 VIP들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동반 라운드를 하면서 교류하고, 홀의 라운지 이용 혜택을 누리고, 주요 고객들은 로프 안쪽에서 대회를 즐기는 특권을 갖는다. 그밖의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대회 개최에 따른 만족도를 높인다.”

커미셔너의 말이면 더욱 무게감이 실릴 텐데 한국팬이 LPGA투어를 꼭 시청해야 할 3가지 이유를 꼽는다면?
“첫째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의 골프를 본다는 점이다. 둘째는 나라는 서로 달라도 잘하려고 경쟁하면서 동시에 우정을 쌓으면서 타인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나간다는 점이다. 활동하는 선수들 국적이 36개국으로 늘어났다. 마지막으로는 팬덤이 글로벌하다는 점이다. 뛰어난 LPGA투어 선수는 한두 나라에서만 응원하지 않는다. 세계 어디를 가도 다 알아본다. 아시안스윙을 할 때마다 인기가 높은 이유다.”

프린스턴대에서 스포츠단장을 지낸 몰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몰리 커미셔너는 두 번째 방한이지만 한국에서 특히 음식과 패션, 열정적인 사람들에게서 엄청난 매력을 느꼈고 내년에 다시 오고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 역시 에너지로 똘똘 뭉쳐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

2021년8월 제 9대 LPGA투어 커미셔너로 부임한 몰리 커미셔너는 12년간 투어를 이끌고 발전시킨 뒤 미국골프협회(USGA)로 자리를 옮긴 마이크 완에 이어 지휘봉을 받았다. 여성 커미셔너는 2009년 캐롤린 비벤스가 불명예 퇴진한 후 다시 맡았다. 어찌보면 어려운 상황에서 커미셔너가 됐지만 2년동안 투어는 더욱 성장했다.

예전의 비벤스는 ‘타국 선수가 미국에서 경기하면서 영어로 인터뷰 해야 한다’는 등의 설화를 일으켜 선수들에게 탄핵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몰리 커미셔너는 전혀 다른 소통하는 리더다. 부임 초부터 투어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동시에 여러 주요 선수들과 항상 잘 소통한다. 특히 여성 스포츠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힘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1991년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몰리 커미셔너는 뉴저지 로런스빌대 운동부장, 입학부처장, 여자 아이스하키 및 축구팀 코치를 지냈고 2014년 프린스턴대 포드 패밀리 스포츠단장을 역임했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고 ‘스포츠와 젠더의 사회적 건설: 1895년부터 1955년까지의 여성 골프사’란 졸업 논문을 썼을 정도로 여성 골프에 관심이 높고 전문 지식도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