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라운드에서 완벽한 샷감과 퍼트감으로 8년 만에 우승한 지은희. 206경기 만에 우승한 지은희는 "너무 떨렸다. 어제 밤에는 잠을 못 이루고 새벽에 일어나 퍼트 연습을 했다"고 했다.[LPGA]
"너무 떨렸어요."
8년의 기다림 끝에 우승을 차지한 지은희(31·한화)는 지난 밤부터의 긴장이 모두 풀린 듯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은희는 22일 대만 타이베이 미라마르 골프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스윙잉 스커츠 타이완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잡아냈다. 최종 합계 17언더파로 2위인 리디아 고(20·뉴질랜드)와 6타 차. 올 시즌 최다 타수 차 타이 기록으로 우승을 거둔 완벽한 경기 내용이었다. 8년을 기다린 끝에 찾아온 통산 세 번째 우승은 대회 내내 한 차례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끝에 거둔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2007년 LPGA투어에 데뷔한 지은희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2008년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거뒀다. 2009년에는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2010년 스윙 교정을 시작한 뒤 슬럼프가 찾아왔다. 지은희는 “스윙을 다 뜯어고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엉킨 실타래처럼 안 풀렸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건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했다.
지은희는 완벽한 부활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기 위해 묵묵히 땀방울을 흘렸다. 지난 추석 연휴 때도 휴식 대신 훈련을 택했다. 한화골프단의 김상균 감독은 “다운스윙 때 힙턴이 너무 빨라 손이 늦게 따라오는 습관이 있었는데 스윙 타이밍을 상체로 맞추면서 임팩트가 좋아졌다. 퍼트를 할 때는 생각이 너무 많아 거리감을 제대로 못 맞추고 성공률이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거리에 맞는 스트로크를 익힌 뒤 눈으로 보고 쳐내는 연습을 반복하면서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지은희는 이번 대회 내내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완벽한 샷 감을 선보였다. 3라운드까지 비바람이 내리쳤던 악천후 속에서 그린 적중률 79.1%를 기록했다. 비가 그치고 맑게 갠 최종일에는 티샷은 딱 1번, 그린은 2번 밖에 놓치지 않는 컴퓨터 샷을 날렸다. 퍼트 스트로크는 자신감이 넘쳤고 홀을 향해 위협적으로 공을 굴려 보냈다.
6타 차 선두로 출발한 지은희는 전반에 3타를 줄이면서 한 때 8타 차 선두를 달렸다. 리디아 고의 추격이 거세진 후반에도 4타를 더 줄이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리디아 고는 최종일에 지은희와 같은 7언더파를 쳤지만 6타 차 2위에 만족해야 했다.
2009년 US오픈 이후 8년, 꼭 206경기 만에 우승을 차지한 지은희는 경기 뒤 리디아 고, 신지은, 노무라 하루 등 수많은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지은희는 “어제 밤에 너무 긴장돼 4~5시간 밖에 못 잤다. 새벽 2시에 일어나 호텔에서 퍼트 연습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너무 오랫동안 우승을 못했기 때문에 18홀 내내 떨렸다. 전반 9홀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더 떨렸다. 마지막 홀에서도 정말 떨렸다. 정말 오래 기다렸던 우승을 차지해 최고로 행복하다”고 했다.
지은희는 아시안 스윙 대회에서 감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지은희는 "이제 우승을 했으니 계속 우승을 하기 위해 나아가겠다. 이 감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