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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언니' 지은희 우승이 한국여자골프에 던지는 메시지

김두용 기자2017.10.26 오전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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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희가 31세5개월8일의 나이로 우승한 사건은 LPGA에서 뛰고 있는 한국 자매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시 우승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다만 시간이 문제였다.”

‘맏언니’ 지은희가 가슴 속에 항상 품고 있었던 말이었다. 흔히 얘기하는 '자기 최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지은희의 경우 자신에 대한 믿음에 더 가까워 보였다. 1986년 5월생인 지은희는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자매 중 최고령 선수다. 유선영도 1986년생이지만 12월생이라 아직 만 31세가 되지 않았다.

동갑내기로 지은희와 함께 LPGA투어에서 활약하던 서희경과 송아리 등은 이미 투어를 떠났다.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선수들이 투어를 지배하는 등 선수들의 전성기가 앞당겨지는 추세에서 지은희는 꿋꿋이 잘 버텨왔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연습을 해왔던 지은희는 마침내 그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2009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챙긴 뒤 승수를 추가하기까지 무려 8년3개월10일의 시간이 걸렸다.

US여자오픈 우승 후 스윙 교정으로 긴 슬럼프에 빠졌던 지은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여줬다. 그리고 203경기 만에 우승컵을 추가했다. 그 동안 흘렸던 땀방울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 지은희의 눈시울이 붉어진 건 어쩌면 자연적인 현상이었다.

지은희의 우승은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단 LPGA투어뿐 아니라 한국의 여자골프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10대 때부터 투어에 뛰어드는 여자 선수들의 경우 ‘조로(早老) 현상’이 뚜렷했다. 20대 후반이면 은퇴 수순에 접어드는 선수들이 많았다. 일본이나 외국 선수들의 경우 한국보다 투어 평균 연령이 훨씬 높고 40세가 돼서도 투어 생활을 이어가는 베테랑들도 많다.

지은희는 스윙잉 스커츠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31세5개월8일의 나이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렸다. 박세리, 구옥희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세 번째로 많은 나이에 LPGA투어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만 30세가 넘은 뒤 우승한 한국 선수 자체가 별로 없었다. 박세리가 2010년 33세의 나이로 벨 마이크로 LPGA 클래식에서 최고령 우승을 차지했다. LPGA투어에서 한국인 첫 승을 수확했던 고(故) 구옥희는 32세 때 1988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대회를 정복했다.

지은희와 최나연 등은 LPGA투어의 한국 선수 최고령 현역을 꿈꾸고 있다. 한국도 줄리 잉크스터, 크리스티 커(이상 미국), 카트리나 매튜(스코틀랜드),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 카리 웹(호주) 같은 40세가 넘어서도 투어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베테랑이 탄생할 수 있다. 비록 젊은 선수들에 비해 파워는 부족하지만 연륜과 관록으로 자연과의 싸움을 이겨나간다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1977년생인 크리스티 커는 올해 롯데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여전히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물론 30세 이후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출산과 육아 등을 해결해야 한다. 배우자 또는 엄마의 삶을 병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1인2역, 1인3역 역할을 하려면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출산 후에는 호르몬의 변화 신체적인 변화도 심하다. 개인마다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역시 다를 것이다.

크리스티 커의 경우 출산은 하지 않고 아이를 입양하는 방식으로 가족의 테두리를 마련했다. 줄리 잉크스터, 카트리나 매튜의 경우 출산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투어 활동을 이어나갔다. 지은희와 최나연은 아직 미혼이라 앞으로의 골프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투어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고, 투어 활동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설정한다면 ‘40대 현역’은 불가능한 도전이 아니다.

한편 지은희는 26일 시작된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 1라운드에서 브리타니 린시컴, 제니퍼 송(이상 미국)과 동반 라운드를 펼치며 2연승 도전에 나서고 있다.

JTBC골프는 대회 1라운드를 26일 오후 1시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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