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왼쪽)은 25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둘째 날 포섬 매치에서 지은희와 짝을 이뤄 승리를 거뒀다. [KLPGA 제공]
자존심이 상했던 김세영이 팀원들의 도움으로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김세영은 25일 경북 경주 블루원 디아너스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팀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팀 대항전인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둘째 날 포섬 매치에서 지은희와 짝을 이뤄 LPGA에 유일한 승리를 안겼다. 특히 김세영은 마지막 홀에서 2.5m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면서 최혜진-김자영 조를 1홀 차로 따돌렸다. 이날 LPGA는 1승1무4패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김세영은 첫 날 포볼매치에서 자존심이 상했다. 김효주와 짝을 이뤄 출전했는데 LPGA 팀에서 유일한 패배를 기록했다. 장하나-배선우 조에 5홀 차로 패하며 체면을 구긴 것. 김세영은 “존심이 너무 상해서 벼르고 나왔다”며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장타자 김세영은 샷 비거리가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첫 날 드라이버 샷이 흔들려 상대팀에 거리에서 뒤지는 등 LPGA 클래스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강했다.
포섬매치에 앞서 팀원들이 '김세영 돌보기'에 나섰다. 김효주가 두터운 옷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김세영에게 옷을 빌려주며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줬다. 전인지는 원포인트 레슨까지 해줬다. 김세영은 “‘거리에 신경쓰지 말고 차분하게 해라’고 인지가 얘기해줘서 더 잘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라고 털어놓았다. 전인지는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둘째 날 포섬매치에서는 휴식을 취했다.
팀원들의 도움으로 김세영은 둘째 날 힘을 냈다. 맏언니 지은희와 함께 날카로운 샷을 뽐냈다. 승부가 갈린 마지막 홀에서 지은희는 120야드를 남겨두고 8번 아이언으로 컨트롤 샷을 구사해 완벽한 버디 찬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2.5m 버디 퍼트를 김세영이 위닝 샷으로 연결하며 진땀승을 챙겼다.
둘째 날 언니팀 격인 LPGA가 역전을 헌납하면서 대회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LPGA 팀은 ‘이겨도 본전’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전을 당하자 쫓기는 입장이 됐다. 김세영은 마지막 날 11번째 경기에서 이 대회 역대 전적 4승4무로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고진영과 맞붙게 됐다. 그러자 김세영은 “오늘 어느 정도 감을 찾은 거 같아서 내일은 진영이가 긴장을 좀 해야할 것 같다. 아마도 패배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그러자 고진영은 “제 삶은 매일 긴장의 연속이다. KLPGA 소속으로 마지막 경기기 때문에 5승4무라는 기록을 세우고 싶다”며 맞불을 지폈다.
김효주와 이정은6, 유소연과 배선우도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9조에서 이정은과 만난 김효주는 “처음 같이 치는 것 같다. 왜 핫식스라는 별명이 있는지 지켜보겠다. 핫한 효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핫한 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겠다”며 도발했다. 비장한 언니의 출사표에 올해 국내 투어에서 전관왕을 차지한 이정은이 “승패보다는 효주 언니와 친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의외로 차분한 모습을 보이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유소연과 배선우는 10조로 배정됐다. 먼저 올해 가장 뜨거운 시즌을 보냈던 유소연은 “오늘 떨어졌던 감을 찾았다. 내일 본때를 보여줄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배선우는 “고교와 대학 선배다. 연습 라운드를 한 번 정도 같이 해본 것 같다. 그때의 배선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응수해 흥미로운 경기를 예고했다.
경주=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