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는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해"라고 2017년을 되돌아봤다. [리디아 고 인스타그램]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2017년 여러 기록을 세웠다. 그다지 좋은 기록들은 아니다. 2014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타이틀 없이 1년을 보냈고, 85주간 지켜오던 세계랭킹 1위 자리에서도 내려왔다. 연속 컷 통과 기록도 40경기에서 멈췄다. 한 해에 세 번이나 컷 탈락을 한 것도 처음이다.
리디아 고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초부터 있었다. 용품을 포함해 캐디, 코치 등 대부분을 바꿨다. "걱정하지 않는다", "세계랭킹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부진이 계속되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시련이 리디아 고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마지막 날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017년을 되돌아봤다. 리디아 고는 "2017년은 롤러코스터처럼 감정기복이 심했다. 그러나 한 해를 되돌아봤을 때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 누군가는 내게 '실망스럽다'고 할지 모르지만 2017년은 긍정으로 가득했다"고 적었다. 지난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최종전 CME 투어 챔피언십을 마친 뒤에도 리디아 고는 "정신적으로 더욱 단단해진 시즌"이라고 평가했다.
기록으로 살펴봤을 때도 리디아 고의 2017년은 결코 실망스럽지 않다. 정확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16년 페어웨이 적중률 70.88%에 그쳤던 리디아 고는 2017년에는 무려 8% 가량 증가한 78.41%를 기록했다. 그린 적중률도 2016년 70.39%에서 72.1%로 상승했다.
장기인 퍼트가 2016년에 비해 조금 아쉽긴 했다. 2016년에는 그린 적중 시 퍼트 수(1.71개)와 평균 퍼트 수 모두 LPGA투어 톱에 자리했다. 작년에는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3위(1.74개), 평균 퍼트 수 8위(28.94개)에 올랐다. 평균 타수도 2016년 69.6타(2위)에서 69.86타(9위)로 늘었다.
리디아 고는 지난 시즌 11번 톱10에 들었다. 리디아 고보다 많은 톱10을 기록한 선수는 유소연과 펑샨샨(중국) 밖에 없다. 상금은 117만7450달러(약 12억6000만원)를 벌어들이며 13위에 자리했다. 부진했다고 할 선수의 성적이 아니다. 그만큼 리디아 고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를 알 수 있다.
오히려 리디아 고가 완성형 선수로 성장한 시즌일 수도 있다. 퍼트가 아쉬웠다곤 하지만 리디아 고는 여전히 LPGA 최정상급의 퍼트 실력을 자랑한다. 68위에 머물렀던 페어웨이 적중률과 31위에 그쳤던 그린 적중률을 모두 20위권대로 끌어올렸다. 새 클럽 2년 차에 접어든 2018년에는 드라이버, 아이언, 퍼트 모두 최상위권의 선수로 올라설 수도 있다.
리디아 고는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8경기 연속으로 톱25에 자리하며 시즌을 마쳤다. LPGA 공식 홈페이지는 올해 주목할 선수 4인방 중 한 명으로 리디아 고를 꼽았다. LPGA는 "많은 것을 바꾸며 부침을 겪었던 리디아 고가 적응에 성공한다면 다시 투어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신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더욱 성장한 리디아 고의 활약 여부는 2주 뒤부터 열리는 2018 LPGA투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봉근 기자 shin.bonggeun@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