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시 톰슨(왼쪽)과 어머니 주디.
“지난해 이곳에서 경기는 정말 편안했다. 직접 식사를 챙겨준 어머니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응원 덕에 우승했다. 올해도 긍정적으로 대회에 임하겠다.”
렉시 톰슨(미국)의 킹스밀 챔피언십 출사표다. 톰슨은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 리조트 리버 코스(파71)에서 17일부터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킹스밀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톰슨은 20언더파로 역대 최저타수 우승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톰슨은 지난해 우승 비결로 ‘어머니의 밥상’을 꼽았다. 톰슨의 어머니인 주디는 당시 경기장을 직접 찾아 매일 밤 톰슨의 식사를 챙겼다고 한다. 톰슨은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당시 어머니와 함께하는 저녁은 내게 편안함을 줬다”면서 “경기장에서 응원해주는 팬들과 어머니의 사랑 덕에 우승할 수 있었다. 가장 행복했던 한 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1년 전 당시 '4벌타 악몽'으로 다 잡았던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컵을 거짓말처럼 놓쳤던 톰슨이라 충격이 컸다. 엄마는 이런 딸의 보듬기 위해 나섰고, 결국 톰슨은 벌타 후유증을 털어내고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주변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눈물의 ANA 인스퍼레이션 이후 출전 두 번째 경기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톰슨이다.
그러나 톰슨은 우승을 거머쥔 직후 비보를 접했다. 그렇게 톰슨을 지극정성으로 챙긴 주디의 발병 소식이었다. 주디는 지난해 5월 자궁암 진단을 받았다. 소식을 접한 톰슨은 한동안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절하고 대회에 불참하며 주디의 병간호에 힘썼다. 간혹 필드에 나가 연습에만 몰두하는 모습만 비칠 뿐이었다.
톰슨은 2017년 7월 열린 시즌 두 번째 메이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 2개월 만에 언론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당시 톰슨은 “주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녀는 나에게 가장 큰 존재다. 그녀는 항상 나의 롤 모델이다”며 “언제나 엄마를 반만이라도 닮기를 바라왔다”며 사랑을 표현했다.
톰슨에게 가족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대문들에 ‘LPGA 골퍼, 그리고 가족 중심의 소녀’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ANA 인스퍼레이션의 4벌타 악몽의 후유증을 가족과 함께 이겨냈다고 여러 매체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다행히 주디의 상태는 많이 호전됐다고 한다. 발병 직후 한 달 만에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약 11개월이 지났다. 톰슨은 올해도 주디와 함께 대회장을 찾았다. 톰슨은 “어머니가 몇 주 전 받은 컴퓨터 단층촬영(CT) 결과가 매우 좋다. 이 소식은 내게 분명히 큰 도움이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늘 얘기하는 것이지만, 어머니는 내 평생의 롤 모델이면서 가장 친한 친구다. 이번 대회에서 내가 필요한 것은 어머니가 나를 지지하고 항상 응원하는 마음이다”며 “이번에도 어머니와 경기장을 찾았다. 치킨, 타코, 샐러드 등 모든 음식을 어머니와 함께하고 싶다”고 웃었다.
대회가 열리는 미국 버지니아주엔 이번 주에 비가 예보돼 있다. 톰슨은 기상 악화에서도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톰슨은 “비가 오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비가 와도 자신이 있다. 기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나는 꽤나 좋은 선수다. 비가 오는 날은 캐디와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는 우산을 어떻게 쓰고, 클럽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잘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경기장에 대해선 “페어웨이가 까다롭긴 하지만 그린 상태가 좋아 보인다.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전했다.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톰슨은 세계랭킹 3위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 중 순위가 가장 높다. 1위 박인비와 2위 펑샨샨(중국)은 참가하지 않았다. 톰슨은 10번 홀에서 엔젤 인과 브리타니 린시컴(이상 미국)과 함께 1라운드를 시작한다.
지난해 톰슨과 우승 경쟁을 벌이다 준우승을 차지한 전인지를 비롯해 유소연 등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전인지는 올 시즌 1승씩 올린 모리야 쭈타누깐(태국), 브룩 헨더슨(캐나다)과 10번 홀에서 티잉 그라운드를 밟고, 유소연은 1번 홀에서 제시카 코다, 미셸 위(이상 미국)와 1라운드 동반 플레이에 나선다.
JTBC골프는 대회 1라운드를 17일 밤 11시30분부터 생중계한다.
정두용 기자 jung.duy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