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24일 볼빅 챔피언십 프로암에서 인터뷰를 자연스럽게 진행하고 있다. [JTBC골프]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일일 기자’로 변신했다.
박찬호는 24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건 주 앤아버 트래비스 포인트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볼빅 챔피언십의 프로암에서 최운정, 이미향과 한 조로 편성돼 동반 라운드를 펼쳤다. 박찬호는 볼빅 소속의 대표주자인 최운정, 이미향과 각 9홀씩 라운드를 돌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18번 홀에서 최운정과 라운드를 마친 후 박찬호는 마이크를 잡았다. TV 카메라가 프로암 경기장면을 촬영하고, 인터뷰를 위해 대기하고 있자 직접 마이크를 잡고 기자 역할을 자청한 것. 기자로 변신한 박찬호는 “볼빅 챔피언십 프로암에 세 번째로 참가하고 있다. 최운정 선수와 함께 플레이를 했고, 너무 재미있었다. 우리들은 골프 마니아였는데 최운정 선수 덕분에 골프 선수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운을 뗐다.
그리고 최운정에게 경기 소감을 묻고선 노련하게 마이크를 갖다 댔다. 최운정은 “너무 즐거웠다. 박찬호는 평소 워낙 좋아하는 선수였다. 함께 플레이를 하면서 멘털적으로 거리적으로 너무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시 마이크를 건네받은 박찬호는 “우리 모두 최운정 선수의 좋은 성적을 기원하겠다. 지금까지 박찬호 기자였습니다”며 자연스러운 진행을 이어나갔다.
덕담에 이어 응원 구호까지 외치며 볼빅 챔피언십의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기원하기도 했다. 박찬호의 선창에 따라 최운정과 문경안 볼빅 회장, 프로암 참가자들은 ‘볼빅 최강 파이팅!’이라는 힘찬 구호와 함께 방송 인터뷰를 모두 마쳤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진행이었다.
프로암 대회 중 버디를 낚은 뒤 하이파이브를 하는 박찬호와 최운정.
‘볼빅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는 박찬호는 볼빅 챔피언십 프로암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지난해는 전인지의 캐디를 자청하는 등 운동 선배로서 유익한 조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박찬호는 “최운정 선수를 만날 기회가 전에도 많이 있었다. 어려울 때 전화통화를 하면서 좋은 얘기를 해주기도 했다”며 “야구의 투수와 골프 선수는 멘털적으로 비슷한 면이 많다. 투수의 경우 마운드에서의 멘털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 프로그램을 최운정 선수한테 얘기해줬다. 티박스나 그린 위에서 잘 하려고 의식하다 보니까 루틴 등의 기본적으로 가져야할 것들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멘털적인 조언을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그린에 올라갔을 때 선수들이 버디를 한다거나 파를 꼭 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앞선다. 그렇지만 어려운 퍼트를 앞두고 일단 마인드 셋업부터 먼저 마쳐야 한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고 강박이 생긴다면 멘털이 흔들리게 된다”며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등 즐겁게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과정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자신감도 생기게 된다. 이처럼 즐겁게 경기를 해야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찬호는 볼빅의 해외진출과 성장을 과거 자신의 생활과 경험에 빗대어 바라보고 응원하고 있다. 그는 “메이저리그 생활을 할 때 교민들은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박찬호를 많이 응원해줬다. 한국 기업인 볼빅이 미국에 진출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볼빅이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는 과정이 감명 깊고, 항상 응원하는 마음이다. 메이저 시절 한국 브랜드들이 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것들에 위안을 받았고, 동료들에게 자랑할 수도 있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하게 성장하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골프 마니아 박찬호는 장타자로 널리 알려졌다. 이날도 호쾌한 드라이버 샷을 바탕으로 버디를 여러 개 잡아냈다. 전형적인 파워히터인 박찬호는 최대 스윙 스피드가 137마일(220km)에 달한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선수들의 평균 스윙 스피드가 112마일(180km)이다. 캐리만 300야드 이상 보낼 수 있는 파워를 지니고 있다. 골프에 입문한 지 4개월 만에 70대 타수를 쳤을 정도로 골프 사랑이 남다른 박찬호의 베스트 스코어는 76타로 알려졌다.
JTBC골프는 볼빅 챔피언십 대회 1라운드를 25일 오전 5시30분부터 생중계한다.
앤아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