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이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내는 감격적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박성현은 2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켐퍼 레이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10언더파로 유소연,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버디를 낚아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박성현은 지난해 US여자오픈에 이어 통산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수확했다. 시즌 2승째를 신고한 박성현은 LPGA투어 통산 4승째를 챙겼다.

박성현은 지난해 올해의 선수를 공동 수상했던 유소연과 공교롭게 우승컵을 놓고 연장전을 치러 관심을 끌었다. 최종일 유소연이 1타를 잃은 반면 박성현이 3타를 줄이며 10언더파 동타가 됐다. 하타오카는 이날 무려 8타를 줄이는 맹타로 연장 승부에 합류했다. 하타오카는 지난 주 아칸소 챔피언십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을 겨냥했다.

18번 홀(파4)에서 진행된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유소연이 가장 먼저 위기를 맞았다. 유소연의 세컨드 샷이 약간 밀리면서 워터해저드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공은 다행히 그린 끝 부분에 걸렸다. 박성현이 셋 중에 가장 핀 가까이 두 번째 샷을 붙였다. 가장 먼저 퍼터를 든 유소연은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환호했다. 다음으로 퍼트를 시도한 하타오카는 버디에 실패했다. 컨디션이 좋았던 박성현은 3m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승부를 두 번째 연장전으로 몰고 갔다.

2차 연장전에서도 박성현이 핀 가까이에 아이언 샷을 붙였다. 유소연의 세컨드 샷은 핀에서 6m 거리로 멀었다. 박성현은 1차 연장전 때보다 더 가까운 2.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남겨뒀다. 신중하게 라인을 살폈던 유소연은 과감한 스트로크를 했다. 하지만 퍼터를 떠난 공은 끝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휘면서 홀 왼쪽으로 살짝 빗겨나갔다.

반면 박성현은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숨 막히는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버디 퍼트가 들어가자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린 박성현은 곧바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 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박성현은 올해 텍사스 슛아웃에서 시즌 첫 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3개 대회 연속 컷 탈락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퍼터를 바꾼 게 적중했다. 34인치에서 33인치로 퍼터 길이를 줄였고, 퍼트 루틴에 변화를 줄면서 들쭉날쭉했던 퍼팅이 안정감을 찾았다. 마지막 날 퍼트 수도 27개로 적었다. 단단한 퍼팅이 마지막 날 노보기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박성현은 “보기 없이 플레이를 한 게 꿈만 같고, 모든 것들이 잘 됐다. 내 경기에 만족스럽고 기쁘다”라며 “오늘 플레이를 하면서 마지막에 다다르자 US여자오픈 때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편안하게 칠 수 있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날 파4 16번 홀에서 ‘박세리의 맨발 투혼’을 연상시키는 샷을 구사해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박성현의 두 번째 샷이 우측 워터해저드 끝에 걸쳤다. 1998년 US여자오픈 때의 박세리처럼 박성현은 물에 들어가서 가까스로 공을 빼냈고, 극적으로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타수를 잃지 않았다.

반면 유소연은 2타 차 선두를 달리며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17번 홀(파3)의 티샷이 워터해저드에 빠지며 더블 보기를 기록한 탓에 박성현과 하타오카에게 연장 승부를 헌납해야 했다.

김인경이 5언더파 공동 8위에 올랐고, 양희영과 고진영이 4언더파 공동 11위를 차지했다. 1타를 잃은 김효주는 3언더파 공동 15위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