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김아림.
김아림(25)이 여자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제75회 US여자오픈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뒀다. "얼떨떨하다"면서 본인 스스로도 놀란 우승 소감도 남겼다.
김아림은 15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 사이프러스 크리크 코스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합계 3언더파를 기록했다. 3라운드까지 합계 1오버파로 선두 시부노 히나코(일본)에 5타 뒤져있던 김아림은 막판 마법같은 3연속 버디를 앞세워서 순위를 뒤집었다. 세계 1위 고진영(25·2언더파)을 1타 차로 제친 김아림은 생애 처음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약 10억9000만원)를 받았고,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5년 시드도 확보했다.
1946년 시작한 US여자오픈은 여자 골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다. 15일 현재 여자 골프 세계 94위인 김아림은 올해 3월 16일 기준으로 70위에 올라 세계 랭킹 상위 75위 이내 선수에게 출전 자격을 주는 대회 규정을 적용받고 생애 처음 US여자오픈에 출전했다.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인 통산 우승을 두 번 했던 그는 올 시즌엔 우승이 없었다. 그런데 US여자오픈에서 덜컥 우승까지 하면서 큰 사고를 쳤다. US여자오픈에서 첫 출전에 곧장 우승한 사례는 패티 버그(1946년), 캐시 코닐리어스(1956년), 김주연(2005년), 전인지(2015년) 등 4명이었다. 김아림이 이번에 이 역사의 뒤를 잇는 5번째 선수가 됐다. 한국 선수론 1998년 박세리 이후 11번째 이 대회 우승자가 됐다. 박인비가 2008년과 2013년에 두 번 우승했기에 이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한 10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우승을 확정한 뒤 김아림은 방송 인터뷰에서 "어제(3라운드) 아쉬워서 오늘은 웬만하면 핀 보고 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격적으로 각오하고 나왔다. 생각대로 플레이가 잘 됐다"고 말했다. 첫 US여자오픈를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대해 그는 "미국이라고 해서 넓을 줄 알고 러프가 길 줄 알고 광활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나무도 생각보다 높아서 당황했는데, 일찍 도착한 만큼 준비할 시간이 많아서 여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로 10번째 우승에 대해 그는 "얼떨떨하다. 언젠가 기회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하고 나니까 머리가 하얗다. 시간이 지나면 (우승을) 더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