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기뻐하는 김아림.
최고 권위 메이저 US여자오픈에 첫 출전한 김아림(25)이 한국 선수 역대 11번 째 정상에 올랐다.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 사이프러스 크리크 코스에서 열린 제75회 US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 김아림은 버디 6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최종합계 3언더파를 기록, 세계랭킹 1위 고진영과 에이미 올슨(미국, 이상 2언더파) 등을 1타 차로 제쳤다.
1946년에 시작된 US여자오픈은 여자 골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다. 15일 현재 여자 골프 세계 94위인 김아림은 올해 3월 16일 기준으로 세계 랭킹 상위 75위 이내 선수에게 출전 자격을 주는 대회 규정에 따라 생애 처음 US여자오픈에 출전했다.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통산 2승을 거둔 김아림은 올 시즌엔 우승이 없었다. 그런데 US여자오픈에서 덜컥 우승까지 하면서 큰 사고를 쳤다.
마법같은 최종 라운드였다. 당초 최종 라운드는 14일 오전에 끝날 예정이었지만 천둥 번개를 동반한 악천후로 하루 연기됐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이번 대회 내내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한 김아림은 차분하게 타수를 줄여갔다.
전반 9개 홀에선 침착하게 시도한 긴 퍼팅이 대부분 쏙쏙 들어갔다. 5번 홀(파5), 6번 홀(파4)에서 잇따라 긴 거리 퍼트를 성공한 김아림은 7번 홀(파4)에서 까다로웠던 파 퍼트를 넣어 타수를 지켰다. 이어 8번 홀(파3)에서 약 4m 거리 버디 퍼트까지 성공시킨키면서 단번에 단독 2위까지 올라섰다. 반면 3라운드 선두 시부노 히나코(일본)는 버디 없이 2번 홀(파4)과 7번 홀(파5)에서 보기를 범해 김아림에게 1타 차 추격을 허용했다.
김아림은 후반 초반 어려움을 겪었다. 파4 10번 홀과 11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적어내며 공동 3위로 내려갔다. 그러다 막판 3개 홀에서 거짓말같은 반전이 펼쳐졌다. 16번 홀(파3)에서 티샷을 홀 1m에 붙여 버디를 넣은 김아림은 17번 홀(파4)에서 탭 인 거리의 버디를 잡았다. 18번 홀(파4)에서 내리막 2m 버디 퍼팅으로 경기를 마무리 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경기를 마친 김아림은 챔피언 조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3라운드 선두권이었던 선수들은 후반 들어 조금씩 처졌다. 시부노는 10~11번 홀에서도 연속 보기를 적어냈고, 13번 홀(파5) 버디로 잠시 분위기를 바꾸는 듯 했다가 17번 홀(파4) 보기로 자멸했다. 에이미 올슨(미국)도 16번 홀(파3)에서 보기를 적어내면서 김아림과 차이가 2타 차로 벌어졌다. 18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이 홀과 거리가 먼 곳에 떨어지자 김아림의 우승은 확정됐다. 전날 시부상을 당하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경기를 치른 올슨은 준우승(2언더파), 시부노는 4위(1언더파)로 끝냈다. 김아림은 함께 출전했던 김지영2, 이정은6의 샴페인 축하를 받으면서 우승 기쁨을 나눴다.
US여자오픈에서 첫 출전에 곧장 우승한 사례는 패티 버그(1946년), 캐시 코닐리어스(1956년), 김주연(2005년), 전인지(2015년) 등 4명이었다. 김아림이 이번에 이 역사의 뒤를 잇는 5번째 선수가 됐다. 또 5타 차 열세를 딛고 우승한 건 1995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이후 25년 만에 나온 역전 드라마였다. 김아림은 한국 선수로는 1998년 박세리 이후 11번째로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US여자오픈 2승을 한 박인비를 감안하면 한국 선수로는 열 번째 우승자다.
한국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좋은 결과를 냈다.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인 고진영은 합계 2언더파로 올슨과 함께 준우승했다. 그러면서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도 나설 자격을 얻었다. 통산 3번째 우승을 노렸던 박인비(32)가 3타를 줄였고, 지난해 우승자 이정은6(24)이 이븐파를 기록해 나란히 합계 2오버파 공동 7위에 올랐다. 이민영2가 4오버파 공동 11위, 세계 2위 김세영과 이 대회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노렸던 유소연은 6오버파 공동 20위로 마쳤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