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이 열린다. [사진=오크밸리]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 컨트리클럽(CC) 오크-메이플 코스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가 처음 개최된다.
첫 승을 꿈꾸는 신데렐라가 탄생할지, 다승을 노리는 강자가 시즌 여왕에 오를지는 계곡을 지키는 오크밸리 지신의 신탁(神託: Oracle)으로 결정될 수 있다.
국내 골프장을 좀 다닌 이들 사이에 RTJ라고 알려진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Robert Trent Johns Jr.)는 국내에 많은 코스를 설계했다. 부친인 RTJ 1세는 미국 모던 골프 코스의 거장이고, 동생은 US오픈 개최 코스를 주로 리노베이션하고 보완해 ‘오픈 닥터’로 불리는 리즈 존스다.
1989년5월에 강원도 평창에서 18홀 회원제인 용평 컨트리클럽을 설계하면서 한국 골프장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그는 경기 부곡의 안양 컨트리클럽을 1년간 리노베이션해서 미국식 챌린징 코스로 변모시키면서 그야말로 떴다. 일본 정원같던 코스를 챌린징한 미국 스타일 코스로 변모시킨 뒤로는 국내 골프장 오너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이후 9홀 골프장인 글렌로스에 이어 제주도에 롯데스카이힐, 강원도에 웰리힐리, 한국여자오픈이 열리는 레인보우힐스에 이어 2010년에 마지막으로 강원 평창에 알펜시아와 알펜시아 700까지 조성했다. 한국에서 20여년 동안 12개 코스에 무려 216홀을 만들어냈다.
RTJ 이름을 한국에 알린 건 안양CC 리노베이션이었지만 독창적인 성과는 1998년에 개장한 오크벨리였다. 2019년 여름 현대산업개발(HDC)은 한솔로부터 골프장 11개를 짓고도 남을 만한 340만 평의 부지를 합쳐 63홀 코스를 인수한 뒤 오크밸리를 국내 최대의 골프 콤플렉스로 변모시키고 있다.
최근 개장한 프리미엄 18홀 퍼블릭 성문안CC에 이어 오크크릭의 9홀 증설로 총 90홀 골프 리조트로 변모하게 된다. 따라서 국내 유일 LPGA대회인 BMW레이디스챔피언십 개최는 오크밸리로 대표되는 클래식한 코스와 1천 실이 넘는 대규모 리조트를 아시아 등에 널리 알리겠다는 선포에 가깝다.
RTJ는 원래의 자연을 75% 이상 보존하면서 길을 내고 페어웨이를 열었다. 다양한 업다운을 가지면서 그림처럼 뻗는 페어웨이와 2~3단으로 조성된 까다로운 그린으로 라운드의 재미를 더한다. 오크밸리는 이름에서도 짐작하듯 방대한 참나무 군락지에 위치한다. 각 코스마다 참나무와 소나무, 단풍나무, 벚나무를 메인으로 식재해 코스마다 뛰어난 개성과 난이도로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오크 코스는 능선 계곡을 그대로 살려낸 홀 레이아웃이 일품이다. 전장이 길어 장타가 요구되는 홀이 많다. 울창한 참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오크 코스는 여름이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소리만 듣고도 공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알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산림욕장에 온 듯하다.
가을 단풍이 멋진 메이플 코스는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매력으로 인기다. 지형의 업다운이 크고 그를 통한 샷 메이킹이 중시되는 코스로 정교한 샷과 홀 공략에서의 다양한 전략을 요구한다. 그런 반면 봄에는 화려한 꽃이, 가을에는 풍요로운 단풍의 절경이 펼쳐지며 뛰어나게 아름다워 골퍼들이 라운드에 집중하기 어려울 만큼 매혹적인 코스로 알려져 있다.
밸리 8번 홀
전후반 4개 홀의 클러치 샷
10월 하반기면 낙엽과 꽃들이 오크밸리에 절정을 이룰 때지만 감상만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코스는 요소마다 함정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 세팅을 맡은 존 밀러(John Miller) LPGA투어 어그로노미스트는 8월에 오크밸리 코스를 돌아봤다. 그리고는 BMW레이디스에서 챔피언을 가리게 될 4개의 주요 클러치 샷이 나올 만한 홀을 잡아주었다.
오크 코스 파5 4번 홀, 까다로운 세컨드 샷으로 긴 파5 홀이다. 블루티에서 531야드로 비교적 짧은 홀이지만 티샷에서 오른쪽의 아웃오브바운즈(O.B)지역이 위협을 준다. 따라서 티샷은 벙커보다 왼쪽으로 공략한다.
두번째 샷 역시 오른쪽의 벙커가 걸리는 만큼 그린 왼쪽이나 경사면을 노려야 한다. 그린 앞족과 중간이 오르막인 데다 심한 2단 그린이라서 짧으면 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좁고 앞뒤로 길쭉한 그린이지만 그린의 오른쪽 앞을 막아서는 큰 나무를 피하기 위해서는 투온은 무모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파5에서 버디 이상을 기대하지만 이 홀은 파만 잡아도 선방한 것이며 버디라면 엄청나게 잘 친 것이다.
오크 코스 6번 홀은 블루티에서 460야드로 오른쪽으로 도그레그 파4인데 공교롭게 선수들의 공이 떨어질 지점에 가운데 벙커가 떡 하니 있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치면 페어웨이를 통과해 러프로 들어간다. 홀을 돌아 페어웨이를 따라가는 티샷을 하면 짧은 아이언으로 홀에 붙여 버디를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내리막 상황일 것이다. 그린 오른쪽 앞에 벙커가 놓여 있는 데다가 그린은 앞뒤로 길게 이어진 2단 그린이라서 어프로치 또한 만만하지 않다.
경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더 피말리는 승부가 예상된다. 막판 4개는 특히 그렇다. 메이플 6번(15번) 홀은 파5에 블루티에서 542야드, 화이트는 507야드 거리다. 대표적인 위험과 보상(Risk & Reward) 홀이다. 티샷은 내리막을 향해 하지만 왼쪽 아래에는 선수가 피해야 할 벙커가 5개나 줄줄이 포진하고 있다.
요행으로 벙커를 피해 두번째 샷으로 그린 사이드 벙커를 넘어 그린에 올릴 수 있다면 이글 상황을 마주한다. 하지만 그린 왼쪽에 있는 3개의 벙커를 피하려 한다면 그린 밖에서의 칩 샷은 버디 기회마저 오히려 지울 것이다. 일반 골퍼들은 이 홀에서 티샷은 중앙 소나무 왼쪽, 세컨드 샷은 소나무 오른쪽이라는 공식을 준수하려 한다. 그게 안전한 파온 전략이면서 다음 샷으로 버디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의 승부처는 메이플 8(17번) 홀이다. 파3지만 블루티 219야드, 화이트티 194야드의 만만찮은 거리를 보내야 하는 홀이다. 그나마 그린이 티잉구역보다 13미터 낮은 곳이라는 게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 일단 그린 오른쪽은 페널티 구역이라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벙커는 무려 3개가 그린을 둘러싸며 앞에 2개에 뒤에 한 개의 벙커가 버티고 있다. 그린 면적이 넓은 만큼 스리 퍼트도 자주 나오는 홀이다. 최종 한 만을 남기고서 살 떨리는 샷들이 연속된다.
오크 6번 홀
가을 단풍에 어울린 코스
챔피언이 결정되는 마지막 홀은 체리 코스 9번 홀에서 열린다. 수많은 갤러리와 대관람석을 만들기 위한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크밸리를 오래 다녀본 골퍼들은 잔디의 색깔이 약간 변해가는 10월이 가장 좋다고들 말한다. 이 코스는 가을 단풍으로 특히 유명하기 때문이다.
경기 전반 홀이 있는 오크(3667야드) 코스는 전체 코스의 가장 높은 위치에서 코스 전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으며, 계곡의 지형을 이용해 디자인된 탓에 변화가 심해 공격적인 플레이를 요한다. 후반 홀들이 이어지는 메이플(3467야드)는 아기자기 하다. 파3 3, 8번 홀에 서면 울긋불긋 꽃 대궐에 들어선 듯하다.
수많은 갤러리가 이제는 코스로 들어와 선수들을 응원하게 됐다. 어느때보다 뜨거운 열기가 예상된다. 세계 정상을 다투는 선수들이 단풍 우거지는 코스에서 겨룰 대결은 단풍보다 더 다채로운 총천연색 향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