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전세기로 이동중인 토마스(왼쪽)와 스피스. [사진=넷플릭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속살을 알 수 있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풀스윙’이 지난달 15일 개봉했다. 한 달여가 지났는데 벌써부터 미국 내에 다큐 인기 시리즈 10위권 이내에 올랐다. 넷플릭스는 내년을 위해 시즌2 촬영에 들어갔다.
풀스윙은 선수의 전세기나 개인 연습실과 거실까지 카메라가 집요하게 따라 들어간 덕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내밀한 톱 프로의 일상과 고민, 희망 이야기까지 다채롭게 담아냈다. 그 중에 PGA투어를 보다 이해하기 쉬운 내용을 압축 소개한다.
에피소드의 첫번째 시작은 ‘프레너미(Frenermy)’다. 친구(Friend)와 적(Enermy)이 합쳐진 조어다. 첫 장면은 어릴 적부터의 미국을 대표하는 절친이자 엘리트 선수인 저스틴 토마스와 조던 스피스가 전세 제트기를 타고 경기장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시작한다.
개인 제트기를 탈 정도의 부자인데다 둘은 결혼식 들러리를 설 정도로 절친이다. 친하게 농담을 주고받고 비행기도 함께 타지만 속에는 엄청난 경쟁심리가 활활 불타고 있다. 1993년에 태어난 두 선수(토마스는 4월29일, 스피스는 7월27일)는 십대 때부터 미국 주니어 골프계를 함께 이끌던 에이스이자 주니어 라이더컵 동료였으나 프로가 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아마추어 시절과는 달리 프로 세계는 남들보다 앞서야 상금을 받는 데다 승자가 다 가져가는 영광 때문이다. 1등은 기억되고 트로피를 받고 상금도 가장 많지만 2등은 계좌에 우승 상금 절반 정도 찍힐 뿐 패자로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어떤 선수들은 상금이 적은 3등보다는 2등을 더 싫어한다.
두 선수의 성적은 최상급이지만 만족한다는 이는 없다. 스피스의 텍사스 롱혼 대학은 신입 시즌 동안 미국스포츠단체(NCAA)주관 챔피언십에서 토마스의 앨라배마 크림슨타이드를 눌렀다. 프로에 데뷔하고 나서도 스피스가 앞서나갔다.
2015년 메이저인 마스터스와 US오픈을 함께 우승했다. 그리고 24세 생일을 며칠 앞둔 2017년 디오픈에서 우승하면서 PGA투어 11승, 메이저로는 그랜드슬램에 한 개 만 남겼다. 하지만 그 뒤로 2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10대 때부터 절친인 토마스와 스피스 [사진=넷플릭스]
토마스는 친구가 우승할 때 박수를 쳐주다가 뒤늦게 빛을 발했다. 2015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CIMB클래식에서 첫승에 이어 2연패했으며 2017년에는 한국에서 열린 더CJ컵에 이어 메이저 PGA챔피언십을 포함해 5승을 거뒀다. 그해 페덱스컵에서 우승한 뒤로도 매년 1승 이상을 쌓았고 PGA투어 15승을 쌓았다.
지난해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토마스는 메이저 승수는 2승으로 늘렸고 PGA투어 통산 15승이나 스피스의 메이저 3승에 PGA투어 13승과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둘은 매주 그냥 성적을 내기 보다는 친구보다 잘 치고 싶어한다. 어릴 적부터의 친구이고 연습라운드를 함께 하면서도 시합이 시작되면 서로가 상대보다는 잘 치고 싶어하는 이 경쟁심은 두 선수를 최고 선수의 반열에 올려놓은 동기다.
대회장에 나가 연습라운드에서도 간단한 내기를 하지만 살벌하게 겨룬다. 그게 두 선수에게는 연습 중에도 허투루 할 수 없고 집중할 수 있는 이유다. 친구이면서도 적을 대하는 듯한 경쟁심을 드러내는 토마스에게 PD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요즘 조던과의 관계는 어떤가? 아직도 빡빡한가?"
“물론, 내 결혼식 들러리니까. 그런데 그 친구도 나처럼 말했으면 좋겠네." 토마스의 답변이었다. 쿨한 그 답변을 둘 다 잘 아는 친구 리키 파울러가 해설했다. “그들은 서로를 돕는 사이면서 서로에게 열패감을 주는 대상이다."
앞으로 많은 대회에서 두 선수의 성적이 매일 경기를 마칠 때마다 어디쯤 위치하는지 찾아보시라. 둘 중에 한 명은 항상 득의만만한 반면 다른 한 명은 화를 삭이지 못하고 연습장으로 향해 분노의 연습량을 채우고 있을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두 선수 모두에게 발전을 위한 정말로 좋은 선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