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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대회의 미래를 보여준 호주오픈

남화영 기자2022.12.06 오전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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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애슐리 부하이, 아드리안 메농, 킵 포퍼트가 각각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 일요일 호주 멜버른에서 마무리된 ISPS한다 호주오픈은 양성 평등에 더해 장애인 골프까지 아우르면서 골프 대회의 품격을 높였고 골프의 미래 지향점까지 보여준 이벤트였다.

일요일 대회를 마쳤을 때 한 명이 아닌 세 명의 선수가 트로피를 들고 한 프레임으로 포즈를 취한 장면은 생소했다.

왼쪽에 애슐리 부하이(남아공)는 호주여자오픈, 가운데 아드리안 메농(폴란드)은 호주오픈, 오른쪽의 킵 포퍼트(잉글랜드)는 호주올어빌리티챔피언십(AAAC)의 각각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보기 드물지만 의미 깊은 마무리였다. 1904년 시작되어 세계 골프 대회 중에 10번째로 오래된 호주오픈은 올해 남녀가 동일한 코스 빅토리아골프클럽(GC)에서 동일한 상금으로 치른 최초의 내셔널타이틀 대회였다.

이 대회는 지난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남녀대회 모두 열리지 못했으나 올해 재개됐다.

신지애는 2위로 마쳤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호주오픈은 잭 니클라우스, 아놀드 파머, 게리 플레이어, 피터 톰슨, 그렉 노먼, 톰 왓슨 등의 역대 선수가 우승한 바 있는 유구한 전통을 자랑한다. 호주여자오픈은 1974년에 처음 개최되었고 고진영, 박인비 등이 우승했고 올해 신지애는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했으나 한 타차 2위로 마쳤다.

호주오픈은 남자 156명, 호주여자오픈은 108명이 출전해서 모든 라운드는 남성과 여성 그룹이 번갈아 가며 티샷했다. 각 참가자는 멜버른의 세계 100대 코스인 킹스턴히스와 빅토리아GC에서 번갈아가며 한 라운드를 치른 후 빅토리아에서 마지막 두 라운드를 치렀다.

많은 선수가 경기했기 때문에 36홀 컷(상위 60명의 프로 및 동점자와 아마추어)과 54홀 컷(상위 30명 및 동점자)을 적용했다.

그리고 12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AAAC도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빅토리아GC에서 컷 없이 3일간 진행됐다. ‘호주 올 어빌리티(All Ability) 챔피언십’은 지난 2018년에 호주오픈과 함께 열린 바 있고 이번이 두번째다.

세 명의 챔피언이 샴페인도 함께 터트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글로벌 파트너인 EDGA, 국제 골프 연맹 및 새로 결성된 4D투어의 후원으로 전 세계 장애인 골퍼 랭킹(WR4GD) 상위 12명이 출전했다. AAAC가 올해 호주 남녀오픈과 한 장소에서 열렸다는 건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난해 미국골프협회(USGA)는 최초로 장애인들이 출전하는 US어댑티브(Adaptive)오픈을 개최해 한국의 이승민이 초대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AAAC 역시 대회 명칭에서 ‘장애인’을 쓰지 않은 건 대회 주최측의 깊은 배려에서 나왔다. USGA가 사용한 어댑티브는 ‘적응’이라는 의미이고 호주에서 이번에 사용한 올어빌러티는 ‘모두 가능한’이란 의미다.

호주는 골프 대회의 남녀 평등에 있어서는 가장 혁신적이다. 지난 2월에 세계 처음으로 동일 코스에서 남녀 혼성 72홀 대회인 TPS머리리버를 치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선수 한나 그린(호주)이 우승한 바 있다.

당시 그린은 호주PGA와 호주여자프로골프(WPGA) 투어가 공동으로 개최한 대회에서 우승했다. 당시 남녀 선수의 코스 전장에는 차이가 있어 남자 선수는 6770야드, 여자 선수는 5713야드 코스에서 경기했다.

나라의 이름을 건 내셔널타이틀 대회로서 남녀 대회가 한 자리에서 열리고 그것도 같은 상금을 받는다는 것은 혁신적이다. 장애가 있는 골퍼까지 한 자리에 아우른 것은 골프의 미래가 지향해야 하는 지점을 보여주었다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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