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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내강형... '오뚝이' 이세희

박수민 기자2021.04.07 오후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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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같은 매력의 소유자 이세희. [사진 JTBC골프매거진]

이세희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인이다. 눈에 띄는 외모에 당당한 자신감은 그를 더 빛나게 한다. 그러나 정규투어에 입성하기까지는 남모르게 흘린 눈물이 적지 않았다. 절치부심해 잡은 기회인만큼 화려한 데뷔 시즌을 꿈꾸고 있다.

어린 시절 이세희는 플로리다대에서 교환교수로 재직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미국에서 처음 골프를 접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뒤 2016년 KLPGA 1차 준회원 선발전을 가뿐히 통과했다. 2017년 3부 투어인 KLPGA 제1차 그랜드-삼대인 점프투어5차전에서 준우승했고, 곧장 6차전에서 우승하며 정회원이 됐다. KLPGA 2부 투어인 드림투어로 무대를 옮긴 이세희는 우승은 없었지만 꾸준한 성적을 냈다. 그렇게 서서히 정규투어 입성에 한걸음씩 다가섰다. 그러나 2019년 10월 드림투어 왕중왕전에서 사건이 터졌다. 최종라운드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다 스코어카드를 잘못 적어내 실격을 당했다. 이어진 11월 정규투어 시드 순위전 본선에서 65위에 그쳤고, 2020시즌 정규투어 시드를 얻지 못했다.

이세희는 실수를 딛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지난해 10월 드림투어 왕중왕전에서 2019년 실격의 아픔을 딛고 준우승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우승은 없었지만 드림투어에서 준우승만 4번을 차지했다. 상금 랭킹은 4위였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정규투어 입성의 꿈이 이뤄졌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난 이세희. [사진 JTBC골프매거진]

2019년의 실수는 이세희에게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 뼈아픈 실수로 정규투어 시드를 놓친 뒤 골프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이세희는 “내 실수로 정규투어에 들어가지 못한 것 아닌가. 당시 골프를 그만 둘 생각을 하면서 해외 유학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회는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 오는 법이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드림투어로 돌아간 이세희는 1년 만에 아픔을 씻어냈다. 이세희는 “가족들에게 ‘나는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다시 일어났다”며 “내게 닥쳤던 시련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고,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세희는 재수 끝에 정규투어 풀시드를 얻은 만큼 더 잘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전남 해남 트레이닝캠프에서의 ‘지옥훈련’도 소화해냈다. 해남 트레이닝캠프는 선수들도 한 달을 못 견디고 도망간다는 지옥의 훈련장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세희는 자진해서 훈련 기간을 늘렸고, 7주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다. 이세희는 “정규투어는 시합 수도 많은데다 매주 시합이 있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것 같다. 그래서 기초 체력을 키우는 체력훈련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해남 전지훈련에서 이세희는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2019년US여자오픈 우승자 이정은6와 함께 훈련을 했다. 이세희는 “같이 운동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동기유발이 됐다”며 “힘든 과정이었지만 같이 재밌게 운동했다”고 말했다.

또래 골퍼에 비해 조금 늦게 정규투어에 데뷔한 만큼 이세희는 의욕이 넘친다. 하나만 잘하는 선수가 아닌 전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다 잘하고 싶다”는 이세희는 “드라이버 샷 비거리부터 퍼팅까지 모든 것을 다 잘하고 싶다. 차근차근 노력해서 모든 것을 잘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새빨간색 열정 담은 골프, 롤 모델은 김세영. [사진 JTBC골프매거진]

매사 긍정적이고 당찬 이세희에게 가족은 든든한 조력자다. 그는 씩씩함과 당찬 면모를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다. 이세희의 아버지는1985년 태권도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인 이선장 계명대태권도학과 교수다. 어머니 박영숙 씨는 육군사관학교 최초의 여성 교관 출신이다. 이세희는 “어렸을 때는 규율에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집안 내에 약간 군대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자라면서는 많이 달라졌다”며 “가족들은 언제나 나를 격려해준다. 내 힘의 원천”이라며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세희의 롤 모델은 여자 골프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인 김세영이다. 김세영은 돌아가지 않고 과감하게 승부를 거는 자신감 있고 공격적인 스타일로 유명하다. 이세희의 평소 성격과 플레이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 김세영 역시 태권도 집안 출신이라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세희는 “세영 언니 아버지 역시 태권도를 하셔서인지 더 잘 맞는 것 같다. 나를 잘 챙겨준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마지막 날 빨간 바지를 즐겨 입어 ‘빨간 바지의 마법사’로 불린다. 이세희 역시 자신의 컬러를 ‘열정적인 빨간색’이라고 표현했다. “그냥 빨간색이 아닌 새빨간색”이라고 강조한 그는“힘들게 정규투어 풀시드를 얻은 만큼 기대되고 설렌다. 지난겨울에 쉬지 않고 열심히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민 인턴기자 soominp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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