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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친한 친구이자 라이벌, 코다 자매

이지연 기자2017.10.09 오전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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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의 키는 180cm, 넬리는 178cm로 축복받은 유전자를 타고 났다. 코다 자매는 올 시즌 미국의 한 골프 매거진이 선정한 ‘골프계의 가장 아름다운 인물’로 선정됐다. [사진 박진열]

지난 5월 중순 미국 윌리엄스버그 킹스밀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킹스밀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동생 넬리와 같은 조에서 라운드를 하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된 제시카 코다는 흥분한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나란히 이름이 불리고 함께 티샷을 한 일은 너무 특별한 경험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 같다.”

올 시즌 제시카는 동생 넬리가 LPGA투어에 데뷔하면서 든든한 말벗이자 친구가 생겼다. 넬리는 “여느 자매들처럼 싸우고 다투기도 하지만 결국 가족이란 존재는 떼어낼 수 없는 인연이다. 외로운 투어 생활에 언제든 마음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생겨서 든든하다”라고 했다.

제시카와 넬리는 다섯 살 터울이다. 제시카는 1993년생, 넬리는 1998년생이다. 다섯 살 차이지만 둘은 친구처럼 사이가 가깝다. 제시카는 “가끔 동료 선수들이 우리를 쌍둥이 같다고 하면 넬리가 ‘내가 저렇게 나이가 많아 보이냐’며 삐쭉댄다. 그럴 때마다 ‘네가 늙어 보이는 게 아니라 내가 어려 보이는 거야’라고 답해준다”고 농담을 했다. 제시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넬리는 “언니는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맞장구를 쳤다. 넬리는 “메건 캉과 친하지만 언니랑 하도 어울리다보니 언니의 친구들이 다 내 친구들이 되어버렸다. 나는 모두의 여동생이 됐다”고 웃었다.

제시카와 넬리는 축복받은 유전자를 타고 났다. 자매의 아버지는 1998년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우승자인 페트르 코다다. 어머니 레지나 라크로토바 역시 체코 테니스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1988년 서울올림픽에 출전했던 적이 있다. 제시카는 190cm의 장신인 아버지를 닮아 신장이 180cm나 된다. 넬리의 키는 178cm다.

자매는 종목은 다르지만 선수 활동을 했던 부모로부터 큰 영감을 받았다. 제시카는 “내가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은퇴를 했는데 그전까지는 매주 대회를 따라다녔다. 부모님이 프로 선수였기 때문에 남들은 할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넬리 역시 “아버지가 호주오픈에서 우승했던 당시 나는 어머니의 배 속에 있었기 때문에 경기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성장하는 내내 부모님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운동선수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제시카와 넬리는 부모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각종 스포츠를 자연스럽게 접했고, 골프는 그중 하나였다. 제시카는 세 살 때, 넬리는 걸음마를 뗄 무렵부터 골프 클럽을 잡았다. 제시카는 “사실 가장 좋아했던 스포츠는 골프가 아니었다. 체조와 피겨 스케이팅을 더 좋아했지만 키가 너무 커서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넬리는 골프 못지않게 테니스를 좋아했지만 언니를 따라 골프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자매는 비슷한 외모에 비해 성격이나 취향은 사뭇 다르다. 제시카는 골프를 하지 않을 때는 집에서 조용히 쉬면서 책 읽는 것을 즐긴다. 반면 넬리는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 쉬는 날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거나 남동생과의 골프로 시간을 보낸다.

제시카와 넬리는 올 시즌 함께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고 있다. LPGA투어 통산 4승을 거둔 제시카는 상반기에 톱 10에 두 차례 드는 등 꾸준한 성적을 냈다. 하반기에 팔 부상을 당했지만 동생의 응원 아래 빠른 속도로 회복 중이다. 신인 넬리는 언니의 도움 아래 톱 10에 세 차례 들면서 투어 무대에 순조롭게 적응 중이다.

자매는 함께여서 힘이 되지만 승부 앞에서는 물러설 수 없는 라이벌 의식도 가지고 있다. 넬리는 “언니가 뭘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려줘 너무 큰 도움이 되지만 부담감도 있다. 언니는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이뤄냈다. 나도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했다. 언니 제시카도 부담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제시카는 “동생과의 경쟁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선의의 경쟁을 펼쳐서 다른 어린 자매들이 골프를 시작하고 싶게끔 영감을 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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