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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하고 구수한 경상도 여자 다니엘 강

김두용 기자2017.08.31 오전 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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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진열]

“반말할 것 같아서 억수로 겁나요.” “너무 어렵게 야기하지 마이소.” 재미동포 골퍼와 대화하면서 제대로 억센 부산 사투리를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를 대표하는 팔방미인 골퍼 다니엘 강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라 낯설기까지 했다. 스스럼없이 단박에 쑥 들어오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인 다니엘 강. 다니엘 강의 분신인 아빠까지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구수한 부산 사투리 쓰는 ‘한국어 받아쓰기 퀸’

지난 7월 US여자오픈이 열린 미국 뉴저지 주에서 만난 다니엘 강은 “한국 이름은 강효림입니더”라며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한국말에 거침이 없었다. 기자도 부산 출신이지만 사투리 억양이 너무 강해 마치 경상도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다니엘 강은 처음으로 한국 언론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너무나 궁금했던 인간 다니엘 강의 수수께끼가 하나씩 풀렸다.



다니엘 강은 가장 먼저 감사의 인사말부터 전했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 후 한국 팬들이 보내준 축하와 성원에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그는 “누구한테라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한국의 신문 기사들을 정말 많이 읽었다. 아빠가 좋아할 것 같은 소식들이었다. 사진도 잘 나왔다”며 빙그레 웃었다. 이어 그는 “내 피는 한국이다. 밥도 한국 사람처럼 먹는다. 한국 팬들이 늘어나는 게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다니엘 강은 억센 사투리 탓에 ‘싸가지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경상도 사람들이 강한 억양의 말투 때문에 오해 받는 것처럼 다니엘 강도 그랬다. 그는 “성격이 과감한 편이다. 말투와 성격 때문인지 세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사람들이 부를 때 ‘뭐 와’, ‘와 그라노’라고 답하곤 하는데 그래서 오해를 받는 것 같다”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하지만 그는 “부산 사람들이 다 그렇잖아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다니엘 강은 “그러나 영어의 억양은 활달한 편이라 미국 말을 할 때는 착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다니엘 강은 재미동포 미셸 위와 절친한 사이다. 둘은 재미 삼아 한국어 ‘받아쓰기’ 테스트도 가끔 한다고 했다. 다니엘 강은 “한국어의 띄어쓰기는 정말 어렵다. 다 붙여 쓰던지 아예 다 띄어 쓴다. 하지만 받아쓰기 테스트에서 미셸 위에게 승리했다”며 방긋 웃었다. 다니엘 강은 한국어의 어려운 받침도 제대로 받아썼다. 쓰는 것도, 읽는 것도 잘 하는 편이다. 그래서 양희영은 다니엘 강을 위해 한국어 책을 종종 선물해준다.

▶ 아빠의 흔적 안고 살아가는 ‘감성 골퍼’

미국에서 태어난 다니엘 강이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었던 건 다 아빠 때문이다. 아버지 고(故) 강계성 씨는 딸에게 “무식하면 안 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덕분에 다니엘 강은 한국의 사회 문제들에 대해서도 꿰고 있었다. 그는 “아빠가 책을 읽으라고 많이 말씀하셨다. 아빠도 TV를 볼 때 거의 뉴스만 보셨다. 그래서 나도 한국의 언론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 정치와 경제, 사회 이슈들을 찾아서 읽는다”고 털어놓았다.


아버지 강계성 씨는 다니엘 강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부산 출신인 강 씨는 다니엘 강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열두 살 때 골프를 시작한 다니엘 강은 아빠의 바람대로 프로 골퍼로 성장했다. 다니엘 강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아빠다. 언제나 내 곁에 있다고 믿는다”라고 망설임 없이 이야기했다. 아빠 얘기가 나오자 눈시울이 금세 붉어지기도 했다. 강 씨는 2013년 말 뇌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다니엘 강의 오른쪽 검지에는 ‘저스트 비(just be)’라는 영어 문신이 있고, 오른쪽 손등 날 부분에는 한글로 ‘아빠’라고 새겨져 있다. 그는 “부모님이 항상 ‘있는 그대로의 네가 돼라’고 말해줘 열일곱 살 때 ‘just be’라는 문신을 새겼다. 그리고 나와 악수를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아빠를 만나게 하고 싶어 ‘아빠’라는 문신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다니엘 강은 2014년에 아빠 문신을 새겼다. ‘아빠’ 글씨가 다소 투박하게 느껴졌는데 이유가 있었다. “아빠가 쓴 편지 끝은 항상 ‘아빠가’라고 끝난다. 거기서 ‘아빠’ 글씨를 복사해 문신으로 그대로 새겼다. 아빠 글씨 그대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아빠라고 적으면 의미가 없다. 아빠는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아버지 생전에 부산을 자주 방문했던 다니엘 강은 2000년 초반의 기억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다.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나이 대가 된 다니엘 강은 한국 문화에 푹 빠졌다. 그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 <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등을 재미있게 봤다. 또 아빠 영향 때문에 트로트를 좋아한다”며 “언니들이 제가 노래방에서 ‘자옥아’, ‘둥지’ 같은 노래를 부르면 ‘미치겠다’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며 피식 웃었다.

아빠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다니엘 강은 2010년과 2011년에 US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아빠와 함께 2연패를 달성했다. 올해 US여자오픈에서는 아빠의 체취가 묻어 있는 모자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그는 “자원봉사자가 다가와 편지를 건넸다. 읽어 보니 2011년 아마추어 챔피언십 대회 때 우승을 하고 함께 걸었던 인연이 있는 사람이었다. 당시 아빠가 쓰고 있었던 모자와 자신의 모자를 바꿨다고 했는데 마침 그 모자를 가지고 와 선물로 건넸다”며 “골프 코스를 갈 때마다 아빠와 함께했던 추억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씩씩한 말투로 아빠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의 눈시울이 이내 붉어졌다. 그는 “요즘에도 빼놓지 않고 아빠에게 편지를 쓴다”고 했다.

▶ 넉살 좋은 골퍼의 남다른 포부

골프 입문 계기도 재미있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 2부인 웹닷컴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빠 알렉스 강을 이기기 위해 골프 클럽을 잡았다. 그는 “한국에 놀러 갔는데 아빠가 올 때까지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기다려야 했다. 오빠가 레인지에서 세게 휘두르니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며 “한 달이 지나자 그런 상황들이 짜증이 났다. 그래서 ‘나도 잘 할 수 있는데’라는 마음으로 스윙을 했고, 골프를 쭉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경기 시간이 길고 다소 정적인 골프는 다니엘 강의 성격과는 썩 맞지 않았다. 그는 “너무 진행이 늦고 하루 종일 걸리는 골프는 제 성격과는 맞지 않는 면이 있다. 그래서 천천히 모든 에너지를 쏟아 침착하게 쳐야 했다”며 “보통 버디를 잡아보면 골프에 대한 재미를 느낀다고 하지 않나. 또다시 버디를 잡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집착하게 되는 면도 있다. 아무튼 골프를 잘 하게 되면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아마추어 랭킹 1위를 하는 등 성적이 좋았고 다음 단계가 프로라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며 골프를 좋아하게 된 사연을 늘어놓았다.

다니엘 강은 넉살이 좋기로 유명하다. 미셸 위와 친해진 것도 다 성격 때문이다. 특히 투어를 함께 다니는 부모님들에게 붙임성이 좋다. 그는 “양희영과 미셸 위 부모님이 밥을 자주 해주신다. 미셸 어머니의 갈비탕은 진짜 맛있다. ‘밥하고 갈비탕 해뒀으니 먹고 가라’고 진정성 있게 대해 주셨다. 그러면 나는 마치 제집처럼 가서 ‘소금, 김치 줘요’라고 시원시원하게 주문한다”고 말했다. 미셸 위와 자주 붙어 다니는 다니엘 강은 “진짜 많이 싸운다. 하지만 5분 뒤 잊어버린다. 슈퍼스타지만 나에게는 그냥 옆집 언니같이 편하다. 어떻게 친해졌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투어에 와서 친해졌다”고 둘의 관계를 설명했다.

다니엘 강은 골프닷컴 선정 '골프계의 아름다운 미녀'로 항상 꼽힌다. 말투는 투박한 편이지만 천상여자인 그는 "예쁘다고 하는데 당연히 기분이 좋다. 가끔 화장을 많이 해서 저 같이 안 보일 때도 있다. 메이크업을 잘 안 하는데 편인다. 밝고 환하게 봐줘서 좋다"며 수줍게 웃었다. 예쁘고 보이고 싶지만 성형은 원치 않는다. "주위에서 점을 빼라고 많이 한다. 하지만 '생긴 그대로 살아라. 그게 복'이라고 엄마, 아빠가 말했다. 상황에 따라 예쁘게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생긴 그대로 자기만족을 하면서 살겠다"라고 쿨하게 웃어 넘겼다.

남자친구에 대해 물어보자 갑자기 발을 쑥 뺐다. '남자한테 인기가 많은 편인가'라고 물어보자 "몰라요"라며 먼산을 쳐다보기도 했다. 그는 "분명한 건 지금은 싱글이다. 연애할 때 받는 스트레스가 없어 좋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현재는 취미 생활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친구들과 여행 다니는 것을 즐긴다. 영화 보고 책 읽는 거를 정말 좋아 한다. 휴가 갈 땐 하와이에 자주 가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니엘 강의 목표는 크다. 그는 “목표는 원래 크게 잡는다. 세계 랭킹 1위도 그중 하나다. 아빠가 말한 것처럼 최선만 다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1승을 했으니 더 치고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프로 골퍼 선수로서 다니엘 강의 최종 목표는 남달랐다. 그는 “어떤 사람이라도 나를 보면 편하게 인사할 수 있는 그런 친숙한 선수가 되고 싶다. 사람들에게 친구처럼, 옆집 사람처럼 편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다니엘 강은 오는 12월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한국으로 2주간 ‘먹방 여행’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양희영 등 친한 언니들과 부산 등을 도는 한국 여행을 하기로 했다. 특히 한국의 해산물과 국제시장의 명물인 단팥죽도 먹고 싶다. 회는 살아 있는 것을 바로 죽여서 먹어야지 제맛이다. 해운대랑 미국의 회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활짝 웃었다.

◇다니엘 강 profile
생년월일 : 1992년 10월 20일
신장 : 168cm
한국 이름 : 강효림
출생지 :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프로 전향 : 2011년
LPGA투어 데뷔 : 2012년
LPGA투어 통산 승수 : 1승(2017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
장기 : 아이언 샷
별명 : 홀인원 걸
주요 이력 : 2010 세계여자아마추어 팀선수권 에스피리토 산토 트로피 미국 대표, 2011~2012 US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2연패, 2017 솔하임컵 미국 대표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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